"정신질환자 격리 강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 "

[인터뷰]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록 2019.08.09 16:38수정 2019.08.0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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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기도 정신응급상황 대응체계 구축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한 2차 토론회에서 발제를 위해 참가한 모습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경기도 정신응급상황 대응체계 구축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한 2차 토론회에서 발제를 위해 참가한 모습 정진희
 
경기도에서는 국회의 정신건강보건법 개정논의와는 별도로 '정신응급상황 대응체계 구축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주요 조례안으로는 응급대응팀을 구성해 위기 시 응급입원을 지원하고 '쉼터' 개념을 도입해 휴식과 안정적인 외래 치료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비슷한 경험이 있는 동료 지원가를 채용해 정신질환자를 격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1·2차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자와 만나 무엇보다도 정신질환자가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어울려 지낼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번 토론회에서 발표하실 내용을 간략히 말씀해 주신다면.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경찰이 정신과 의사의 동의를 얻어 응급입원 시킬 권한을 주고 있는데 경찰이 자해 타해 위험이 있는지 정신질환으로 인한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 정부에서는 응급대응 매뉴얼을 두 가지 만들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광역자치단체에서 조례 제정을 통해 좀 더 정교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 목적이다.

논의 중인 법안의 내용은 일상적으로 고립되어 있게 되면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지역사회 차원에서 고립되지 않게끔 쉼터를 마련해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며 위기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정신질환자의 경우 입원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크다. 그래서 병원이 아닌 쉼터 형식으로 편안하게 와서 쉴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이런 쉼터가 활성화되어 있어 1~2주 쉬다 가는 개념이다.

강제로 입원하게 될 경우 그 과정에서 고립감과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응급입원 이후 환자의 편에 있는 동료가 이야기를 들어보고 격려와 지지를 해주는 옹호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절차보조사업을 시범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분 역시 조례에 꼭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정신질환자의 격리 필요성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학자로서 생각하는 바는 굉장히 응급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72시간 이상을 강제입원 하도록 하는 것은 반대한다. 실제로 정신질환자가 아닌 사람이 저지르는 범죄와 비교하면 그 비율이 10배 넘도록 낮다. 오랜 역사 동안 진행돼온 왜곡된 인식 속에서 나온 편견이다. 격리를 하게 되면 오히려 더 치료를 거부하게 된다. 감옥에 대한 두려움이 있듯이 격리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치료를 미루다가 만성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는 이미 늦은 거다. 국민의 300만 명 이상이 가벼운 정신질환 증상을 겪는다.


사실 범죄 사실을 언론에서 다룰 때 정신질환과 범죄의 인과관계를 쉽게 확인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정신질환 여부를 보도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선진국의 경우 60년대 이미 격리 병동을 폐쇄해 자유를 주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치료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1세기에 오히려 격리 제도를 강화하자는 논의가 나와 반대로 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가벼운 증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비율이 1년 기준 4000만 명으로 19%가 넘는다. 이 가운데 중증의 경우는 1100만 명으로 5% 정도다. 3만 7000개의 병상에서 2주 내외의 치료를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무려 7만 명 정도가 입원해 있는 상황이다.

- 평소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사회 복귀를 강조하셨는데 그 부분이 왜 중요한가.
정신질환은 가족 학교 직장 등의 사회관계에 약한 사람들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면 결국은 다른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 되는 거다. 예를 들면 우리가 장애인에 관심을 갖고 생활 속에서 불편 요소였던 턱을 제거하면서 다른 노약자들의 거동도 편해졌다. 정신적으로 가장 약한 사람들이 정신질환에 노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그만큼 사회에서의 과도한 경쟁, 지나친 물질주의 등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결국 다른 모든 사회구성원들도 그 혜택을 보게 된다.

- 현실적인 방안은
중증 정신질환자의 경우 오랫동안 약을 복용하면서 사회적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수직적인 문화인 일반 직장의 경우 이들을 포용하기에는 무리일 것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앞서 언급한 동료 지원 활동이다. 다른 동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격려해주는 역할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일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이러한 상담가들을 5천~1만명 정도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11만 명 이상이 정신질환자임을 감안하면 이 정도 인원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전일 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회복지사와 비교해 봤을 때 비용도 감소한다.

- 예상되는 문제점은
긍정적인 효과가 부정적인 효과를 넘어설 경우 시도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채용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거나 초반에 이 일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등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부각될 수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분들이 사회적으로 참여하면서 메시지를 줄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6개월 이후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긍정적인 면이 훨씬 클 거라 본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서 한꺼번에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대도시를 중심으로 시도해 보고 점차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절차보조사업을 한국에서 3군데 시행하고 있는데 1년 예산이 5억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경기도에서 이런 걸 한다고 했을 때 기존 시설들을 다 활용한다고 전제하면 10억 원 정도를 예산으로 생각하고 있다. 광범위한 도시 규모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닐 수 있다.
##정신응급상황 ##경기도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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