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노동자 사인은 지병 아닌 산재"

[스팟인터뷰] 최분조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서울대시설환경분회장

등록 2019.08.16 22:07수정 2019.08.1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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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대학교에서 근무하던 청소노동자 A(67)씨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의 사인을 평소 앓고 있던 심장질환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노조는 A씨의 죽음이 열악한 노동환경이 불러온 '산재'라고 반박했다.

최분조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시설환경분회장은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열악한 휴게 환경이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최소한의 환기마저 안 되는 공간이 A씨의 질환을 더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A씨가 있었던 휴게실은 창문도 에어컨도 없는 극히 비좁은 공간이었습니다. 심지어 A씨가 사망한 날은 폭염 경보가 내려진 날이었는데 냉난방은 물론 환기조차 불가능했죠. 이틀 전 유가족들이 A씨가 있던 휴게실을 찾았는데 이게 창고지 휴게 공간이냐며 정말 억울해하셨죠."

최분조 분호장은 이어 "지난해 3월 서울대 소속의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복지나 처우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개선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고인 사망하던 날 폭염경보"
 
 고인이 숨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제2공학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청소노동자 휴게실의 모습이다. 냉난방조차 되지 않아, 겨울 냉기를 막기위해 천장 틈새를 막은 모습도 사진에 찍혔다.
고인이 숨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제2공학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청소노동자 휴게실의 모습이다. 냉난방조차 되지 않아, 겨울 냉기를 막기위해 천장 틈새를 막은 모습도 사진에 찍혔다. 강연주
 
- 고인이 숨진 휴게실은 어떤 곳인가.
"고인을 목격한 건 지난 9일 낮 12시 30분께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제2공학관 지하 1층 직원 휴게실에서다. 그 휴게공간을 보고 (분회장인 나로서도)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휴게실이 많다 보니 다 파악을 못해서) 그 정도로 열악한 줄은 몰랐다. 10년 전 너무나 열악했던 휴게 공간 그대로였다.

먼저 고인의 휴게실은 계단 밑에 작게 나 있는 공간이었는데 정말 비좁았다. 성인 2명 정도가 간신히 누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런 곳에서 성인 남성 3명이 생활했던 거다. 심지어 휴게실에는 냉난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공간이었다.

이런 비좁은 공간이라면 최소한 환기라도 잘 돼야 한다. 하지만 내부에는 창문 하나 없었다. 환풍기는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했다. 환기가 제대로 잘되지 않아 곰팡이 냄새가 심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휴게실 맞은편에는 학생들의 강의실이 있어 문마저 열어놓고 있을 수도 없었다."


지난 14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동조합에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고인이 사망한 휴게실의 크기는 교도소 독방 기준인 6.28㎡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2월 29일 헌법재판소는 교정시설 수감자의 수용기준을 1인당 2.56㎡로 하도록 제시한 바 있다.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고인이 사망한 휴게실의 크기는 1인당 1.17㎡ 였다. 수감자 수용시설보다 열악한 환경이었다.

- 고인의 죽음이 업무 환경 때문이라고 했다. 연관성이 있나.
"고인이 사망한 건 9일인데 전날 14시 이후부터 고인 사망 때까지 폭염경보가 이어졌다. 고령의 고인은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다. 폭염은 심장질환자에겐 독이다. 심장에 큰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날씨 속에서 환기도, 냉난방마저도 안 되는 공간에 머물러야 했던 거다."


"지난해 정규직 전환됐어도 복지나 처우 변한 것 없어"
 
 고인이 숨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제2공학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청소노동자 휴게실의 외관이다. 계단 아래에 위치한 공간으로, 성인 남성 2명이 간신히 누울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고인이 숨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제2공학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청소노동자 휴게실의 외관이다. 계단 아래에 위치한 공간으로, 성인 남성 2명이 간신히 누울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강연주
 
- 지난해 3월 1일 용역업체 소속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서울대 소속 직원으로 전환된 건데 처우나 복지 차원에서 달라진 건 없었나.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고용 안정 정도가 아닐까. 우리가 용역 소속이었을 때는 용역회사가 1년에 한 번씩 바뀌었다. 그래서 근로계약서를 매해 작성해야 했다. 그렇다보니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함이 있었다. 서울대 소속으로 전환되면서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

- 학교에 휴게실 환경 개선 요청을 하진 않았나.
"했다. 하지만 각 단과대에 요청해야 한다. 서울대 전체로 봤을 때는 정말 괜찮은 휴게실도 있다. 고인이 있던 휴게실은 사각지대라고나 할까. 분명 저 휴게실에 있던 세 분도 휴게실 개선을 요구했을 거다. 하지만 결정권자들이 이를 차일피일 미뤘을 거다.

지금 고인의 휴게공간이 제일 열악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현재 단과대별로 청소노동자 휴게실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한 상태다. 앞으로 조사해보면 그곳이 제일 열악했던 건지, 그보다 더 열악한 곳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거다."
 
 고인이 숨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제2공학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청소노동자 휴게실의 모습이다. 냉난방조차 되지 않아, 겨울 냉기를 막기위해 천장 틈새를 막은 모습도 사진에 찍혔다.
고인이 숨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제2공학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청소노동자 휴게실의 모습이다. 냉난방조차 되지 않아, 겨울 냉기를 막기위해 천장 틈새를 막은 모습도 사진에 찍혔다. 강연주
 
- 이 사건과 관련해 학교는 어떤 입장인가.
"학교 측의 입장을 들은 건 없다. 이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학교 측과 환경미화 노조가 단체 교섭을 진행했다. 그때 우리가 항의를 했다.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하도록 방치할 수 있느냐고, 실질적인 개선안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학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말 없이 원론적으로만 대답했다. 노력하겠다고, 개선하겠다고. 이거로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 현재 서울대 내 분위기는 어떤지.
"다들 너무 안타까워하지... 특히 같은 건물에서 일했던 7명의 노동자들이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 계속 가슴이 답답하고, 그 분이 떠나간 게 눈에 밟혀서 일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서울대 학생들 또한 큰 충격을 받은 듯하다. 학교 측의 대책을 강구하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학생들이 만든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에서는 우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고 있다. 우리에게 학생들이 해야 할 게 뭔지 먼저 물어보면서 학생들 차원에서 청소노동자들의 환경 개선을 위한 서명도 추진하고 있다."

-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
전수조사를 확실하게 해서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 현장 상황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대안이 나올 리가 없다. 이는 청소노동자만 해서는 안 된다. 기계, 전기, 소방 쪽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포함해서 진행해야 한다. 이들은 휴게실과 근무지 모두 지하에 있어 상당히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서울대 내 청소, 경비 인원만 해도 500명이 넘는다. 기계, 전기, 소방 등의 노동자들의 수까지 합산하면 최소 600명 이상의 인력이 서울대 내에 있다. 학교는 이 많은 구성원들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런데 학교는 아직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학교는 이번 사건에 대해 통감하고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 더 이상 이와 같은 비참한 사건이 발생해서는 안 되지 않나."

이번 일에 대해 서울대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시설노조와의 단체협상에서 근무환경 개선이 논의되고 있다"며 "학교 측에서는 전수조사를 통해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비정규직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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