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 유튜브에 게시된 '조국이 밀어준 여배우는 누구?' 방송.
김용호연예부장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근거 없는 '카더라식 보도'가 도를 넘고 있다. 급기야 조 후보자가 한 톱스타 여성 배우를 후원했다고 주장하는 유튜브 영상까지 올라왔지만, 관련 증거나 상세 정황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내용은 조회수를 목적으로 한 각종 어뷰징 보도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 영상을 올린 게시자는 얼마 전 조 후보자의 딸이 빨간색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는 근거 없는 소문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관련기사 :
국회의원도 말한 "조국 딸 포르쉐"가 '벤츠'로 바뀐 이유). 또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홍가혜씨를 비난하는 기사를 썼다가 위자료 1000만 원 배상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유사한 행위가 여전히 반복되는 상황이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제보'라면서 구체적 근거는 없어... 부적절한 관계라는 뉘앙스까지 풍겨
연예 분야 기자 출신이자 최근 보수 유튜브 방송 '가로세로연구소' 진행자 중 한 명인 김용호씨는 지난 25일 자신의 유튜브 개인 계정에 '조국이 밀어준 여배우는 누구?'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내용은 주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한 여성 배우를 후원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영상에서 "팩트가 있다", "사실확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배우 실명을 얘기해도 될 정도로 팩트가 들어와 있다"며 "소송을 못할 거다, 너무나도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배우가) 결혼을 했다, 불륜인가? (여성 배우는) 이미 이혼을 했다, 톱스타 여배우다"라면서 조 후보자와 배우가 부적절한 관계라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와 관련해 김씨가 한 말은 다음과 같다. 자신이 제보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조국이 여배우를 만난 거죠. 조국이 여러 모임을 했을 거 아니에요. 조국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 그 여배우를 대동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조국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 그 여배우를 대동했다. 이 정도면 확실한 증거가 되지 않을까요? 헤헤헤... (중략) ... 그리고 조○(조 후보자 동생)이 자기 입으로 이 여배우가 성공하는 데에 우리 형 조국이 도움을 줬다. 이렇게 얘기를 했다. 이 정도 얘기하면 음... 제가 (배우) 실명을 얘기하지 않아도 대충 알아들을 것이라고 믿고."
김씨가 근거로 내세운 것은 '조국 후보자가 모임에 배우를 대동했다' '조 후보자가 배우를 도왔다고 조 후보자 동생이 말했다'는 제보가 있다는 것이다. 증거 사진이나 영상, 부적절한 관계가 이뤄진 정황이나 배우가 조 후보자의 권력을 이용해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생방송 중에 이뤄진 실시간 채팅창으로는 해당 배우의 이름을 말하라는 시청자의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김씨는 영상 마지막까지 배우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김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명을 얘기할까요? 근데 실명을 얘기 안 하고 하는 게 좀 더 앞으로의 취재에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결국 김씨의 영상은 '조국 후보자가 한 여성 배우를 후원했다'는 자칭 '제보'를 전달하는 데에 그쳤고, 관련 증거를 제시하거나 배우가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유튜브 시청자들은 유튜브 채팅창을 통해 한 배우를 지목했다. 네이버 실시간인기검색어에는 26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조국 여배우'가 상위권에 머물렀다. 일부 매체는 '해당 배우가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기사까지 포털에 전송했다.
근거도 제시되지 않은 영상이 짧은 시간에 널리 퍼졌고, 여러 매체들이 확대 재생산 보도를 하면서 '조국 여배우'가 26일의 이슈가 됐다. 이 영상은 게시된 지 하루도 채 안 된 26일 오후 현재 조회수 73만 회를 넘어섰다.
"언론이 놀아나고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김씨가 말한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시청자가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무책임한 영상"이라며 "일단 한번 퍼뜨리면 확대재생산이 이뤄지는 걸 노리고 한 행동으로 보인다, 또 언론은 여기에 놀아나줬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지적은 해당 영상 시청자들로부터도 나왔다. 유튜브 사용자 'SunClimbing K'는 "증거는 만났다가 끝? 고소미(고소) 당할 듯"이라고 전망했고, '이민규'는 "아무리 유튜버라고 기자 출신 아녀? 카더라는 존심(자존심) 상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조 후보자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걸로 보이는 시청자들로부터도 우려가 나왔다. '김민재'는 "사실확인이 됐다고 하시는데 그걸 내놓으셔야... 아니면 조국 지금까지 나온 모든 의혹 다 물타기 될듯요"라고 우려했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해당 영상이 게시된 직후인 지난 25일 밤 "전혀 사실무근인 그야말로 허위조작이므로 신속히 민형사상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는 2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허위조작정보를 생산·유통하고 있는 유튜브 11개 채널 198건 영상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대표 예시로 김씨의 이번 영상도 포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