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마항쟁 사망자 유족 "다시는 이런 비참한 죽음 없어야"

유치준씨 아들 입장 밝혀 ...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진상규명 활동 연장해야"

등록 2019.09.06 15:43수정 2019.09.0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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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및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고 유치준(마산)씨를 '부마민주항쟁 사망자'로 인정한 것과 관련해, 6일 오후 창원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환영 입장'을 밝혔다.
(사)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및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고 유치준(마산)씨를 '부마민주항쟁 사망자'로 인정한 것과 관련해, 6일 오후 창원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환영 입장'을 밝혔다.윤성효
 
"누구도 원망 않겠습니다. 모두를 용서하고 싶습니다. 이런 비극적 죽음은 이제 우리 세대에서 끝내야 합니다."
 
국가로부터 '부마민주항쟁 사망자'로 인정을 받은 고 유치준(1928~1979)씨의 아들인 유성국(60)씨의 말이다. 유씨는 6일 오후 (사)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회장 최갑순)와 함께 경남 창원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감사 인사'를 했다.
 
하루 전날인 5일 국무총리 소속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및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아래 진상규명위)는 고 유치준씨에 대해 '부마항쟁 사망자'로 첫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유씨가 사망한 지 40년만의 일이다.
 
부마항쟁 당시 사망자가 있었다는 말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2011년 9월 11일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유씨의 유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고인은 '부마항쟁 사망자'로 인정 받지 못한 상태였다.
 
고인은 부마항쟁 당시 노동자였으며 1979년 10월 19일 오전 5시경 옛 마산시(창원) 산호동 소재 새한자동차 앞 노상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진상규명위는 고인의 '사망 경위'과 당시 경찰의 '사망 사실 은폐', '부마항쟁과 연관성' 등을 따져 '부마항쟁 사망자'로 인정했다.
 
유씨는 지금까지 진상규명위에 접수된 피해 사실 300여건 가운데 유일한 사망 인정이다. 부산과 마산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아직 관련 유족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유성국씨는 "지난 40년간 철저히 은폐되어온 아버님의 억울한 죽음이 지금이라도 밝혀진 데 대해 진심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이제는 우리 모두 화해하고 용서하며 이런 공권력에 의한 비참한 죽음이 다음 세대에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님이 희생자로 공식 인정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너무 기쁠 것 같았지만, 막상 저의 마음은 더 아려왔다. 아버님에 대한 저의 미안함과 억울한 죽음임을 좀더 일찍 밝히지 못한 죄책감이 더 컸다. 기뻐할 수도 없이 가슴이 더 저려왔다"고 밝혔다.
 
유성국씨는 "이제는 저희 유족들이 40여년간의 아버지에 대한 고통과 죄책감에 훨훨 벗어나서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40년 동안 구천에서 떠돌았던 아버님의 영혼이 이제 저승에서 편안히 지내시길 간절히 바란다, '40년간 고통 속에 살아온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국가 공식기관의 사과를 40년간 고통스러웠을 아버님 영혼에 전하고 싶다"며 "다시 한번 여러분의 관심과 노력에 유족을 대표해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고 유치준씨는 평안남도에서 태어났다. 45세 때 남편을 잃은 유성국씨의 어머니(85)는 40년간 고인의 명예회복의 염원을 안고 살아왔다.
 
유성국씨는 "어제 진상규명위 결정 소식을 어머니한테 말씀을 드렸더니, 어머니는 진짜냐고 계속 말씀하시더라. 그래서 제가 '이제 다 끝났다'고 했더니, 어머니가 울먹이셨다"라고 했다.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및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에서 '부마민주항쟁 사망자'로 인정받은 고 유치준(마산)씨의 제적등본으로, 부마항쟁 당시 마산 산호동 새한자동차 주변에서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및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에서 '부마민주항쟁 사망자'로 인정받은 고 유치준(마산)씨의 제적등본으로, 부마항쟁 당시 마산 산호동 새한자동차 주변에서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윤성효
 
최갑순 (사)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은 "우리 사업회는 2011년 고 유치준씨가 부마항쟁 과정에서 사망한 사실을 확인하고 유족과 함께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며 "고인의 억울한 죽음과 유족이 감내한 40년의 세월을 보상받기에는 부족하겠지만, 이번 진상규명위의 결정이 고인의 억울함과 유족의 한맺힌 응어리를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하며 환영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이를 계기로 올해 12월 23일까지 진행되는 진상규명을 위한 사실, 피해 등의 신고 기간에 보다 많은 항쟁 관련자들이 신청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올해 말로 종료되는 진상규명위의 활동이 연장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관련 법 개정이 하루 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진상규명위는 관련 법에 따라 올해 말까지 활동이 종료된다. 아직 피해자 신청이 부족하고 조사가 남아 있어, 진상규명위 활동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이주영(자유한국당)‧설훈(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제출한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
 
진상규명위 허진수 위원은 "어제 회의에는 12명의 위원이 참여해서, 유치준씨의 사망자 인정에 11명이 동의 내지 찬성 입장을 보였고 나머지 1명은 '조금 더 조사해서 마무리 하자'며 소극적인 반대 입장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허 위원은 "대부분 위원들은 유치준씨에 대해 더 조사할 게 없다는 입장이었고, 관련 자료를 내놓으라고 했을 때 힘 있는 정부기관들은 거부하거나 없다, 모른다, 파기했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더 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 위원은 "유치준씨뿐만 아니라 사망자가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래서 더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며 "부마항쟁 진상규명위의 조사는 일반직 공무원 2명이 했는데, 광주민주화운동은 조사관 50여명이 참여했다. 부마항쟁은 광주항쟁에 비해 더 밝혀내기 어려운 성격이 있다. 그래서 더 조사가 필요하고 조사자도 추가되어야 한다"고 했다.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 사이 부산과 마산창원에서 박정희 유신체제에 항거해 일어난 민주화운동을 말하며, '부마민주항쟁관련자의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에 따라 진상규명위가 구성됐다.
 
진상규명위는 올해 8월까지 314건에 대해 부마항쟁 사실‧피해 등 신고‧접수를 했고, 이중 253건을 처리완료했으며 61건은 조사중이다. 지금까지 관련자 심의의결 결과 233건 가운데 인용 160건, 일부인용 44건, 기각 28건, 각하 1건이다. 지금까지 보상금 등 지급은 75건에 15억 5500만원이다.
 
 (사)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및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고 유치준(마산)씨를 '부마민주항쟁 사망자'로 인정한 것과 관련해, 6일 오후 창원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환영 입장'을 밝혔다.
(사)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및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고 유치준(마산)씨를 '부마민주항쟁 사망자'로 인정한 것과 관련해, 6일 오후 창원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환영 입장'을 밝혔다.윤성효
#부마민주항쟁 #유치준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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