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 스님이 참석자들에게 쑥과 마늘을 나눠 주고 있다.
심규상
제례가 끝나자 지승 스님이 참석자들에게 쑥과 마늘을 고르게 나눴다. 100일 동안 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20쪽만을 먹고 여자의 몸이 된 웅녀(熊女)가 환웅을 만난 단군의 출생과 건국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의식이다. 참석자들은 단군제를 종교와 종파를 떠나 무교(無敎)를 실현하는 자리라고 말한다. 단군을 생각하든, 단군을 핑계 삼든 개의치 않고 만나 홍익인세(사람 중심으로 만물을 이롭게 하는 세상) 취지를 공감하면 족하단다.
제사 의식이 끝나자마자 노래하고 춤추며 어우러지는 음주·가무가 시작됐다. 곳곳에 막걸리를 가득 담은 항아리와 놓여 있다. 갖가지 음식과 술안주까지 풍성하다. 모두 참석자들이 헌금과 자원봉사자로 마련했다.
신을 부르는 의식, 태극검 시연, 피리독주, 북품, 판소리, 가야금병창, 민요한마당, 참석자들의 장기자랑 등 가무가 틈 없이 이어졌다. 모두 대가 없이 무보수로 재주와 능력을 선보였다. 스님들이 선보인 무술 시연은 분위기에 의미를 더했다. 행사 장소가 임진왜란 때 3천여 명의 승병과 의병을 훈련하는 군영으로 사용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승병과 의병은 금산 연평곤 전투에서 전원 순국했다. 숙종은 가산사에 승병장 영규대사와 의병장 조헌의 영정각을 짓고 제향을 받들게 했다. 가산사에 영규대사와 조헌을 기리는 영정각이 있는 연유다. 정부는 단군제가 열리는 행사장에 순국충혼탑 건립을 추진 중이다.
자정께 상여 놀이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었다. 상여 틀에는 참석자들이 쓴 소망 쪽지가 틈 없이 달렸다. 홍익인세, 검찰 개혁, 평화통일 글귀도 눈에 띈다. 참석자들이 상여꾼의 소리에 맞춰 상여를 매고 행사장을 오래도록 오갔다. 흥에 겨워 노는 사이 이미 목이 잠긴 사람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