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대전네트워크 회원 김철호, 목화균씨가 지난 8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인도 대회를 다녀온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선배
지난 8월 22~25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기본소득 지구 네트워크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 참가한 김철호, 목화균씨가 10일 오전 대전 유성구 전민동에 위치한 모퉁이도서관에서 '왕기본소득전'이라는 이름으로 강연회를 진행했다.
혜초 스님이 인도에 부처의 진리를 공부하기 위해 갔듯이 자신들은 인도에 '기본소득'을 탐구하기 위해 다녀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왕오천축국전'을 패러디한 강연 제목이다.
우선 인도 현지에서도 상영된 '대전시민들이 생각하는 기본소득'이라는 주제의 짧은 다큐 영화 상영이 있었다. 이 다큐는 목화균씨를 중심이 되어 대전 각지를 돌아다니며 대전 시민들과 인터뷰를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시민들의 솔직한 생각을 담았다. 지구 네트워크 대회에 참가한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위해 영어 더빙판으로 제작하였다. 현지 상영을 통해 대전의 기본소득 현황을 알리는데 일조했다는 평가이다.
이날 강연을 통해 김철호씨는 대회 기간 중 알게 된 세계 기본소득의 현황을 충실히 전달했다. 첫날은 주최국 '인도의 날'로 인도의 기본소득에 대한 주제발표가 있었다고 한다. 충격적인 것은 인도에 대한 타단체의 구호물자 90% 이상이 중간에서 사라지고, 빈민들 손에 최종적으로 주어지는 몫은 10%에 머문다는 사실이다. 그 까닭은 특별히 중간에 부정이 개입해서가 아니라 전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다시 그 시스템을 감독하고, 운반과 보관, 배분하는데 드는 비용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브라질의 경우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각자 개인 핸드폰으로 직접 전달하므로 전달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97% 이상이 빈민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기본소득을 실시하고,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막대한 전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 역시 소득불평등의 심화, 고령화 사회 진입 등으로 기본소득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라 전했다. 인도의 지하광물과 광산 개발을 통해서 지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주자는 제안에 대해 환경 단체에서는 과도한 개발로 인한 환경 문제를 지적하는 등 기본소득 실시에 여러 걸림돌이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인도의 경우 기본소득 실험 대상자들이 월 4달러 정도를 지급받는데 그 돈을 모아 염소를 사거나, 재봉틀을 사서 자활의 길을 걷는 등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데 기본소득이 큰 효과를 거뒀음을 기본소득 수혜자들이 나와 생생하게 전하는 시간을 갖었다고 했다.
2일 차에는 기본소득에 대한 세속적이고 종교적인 관점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독립 경제학자 로버트 판 더 밴(Robert van der Veen)은 '자본주의는 노동자를 소외시키지만, 기본소득은 삶과 시간을 준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한 이슬람, 유대교, 기독교, 몰몬 등 다양한 종교 교리에서도 나눔의 정신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현대의 기본소득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발표 중 청중들의 놀라움을 자아낸 것은 캐나다, 노르웨이 스웨덴 참가자의 발표 내용 소개였다. 복지국가로 알려진 나라에서도 가난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는 현실을 폭로하고,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는 사실에 몹시 놀라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