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제15특수임무비행단이 학생의 날 초청을 위해 서울시와 성남시 42개 학교에 발송한 공문
공군제15특수임무비행단
아덱스 개최를 후원하는 8곳 중 5곳이 국방 및 방위사업과 관련된 정부 부처와 군대이고 세계 여러 분쟁지역에서 사용하고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거래하는 전시회라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아덱스 학생의 날은 '항공우주산업 특강과 체험교육을 통해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 무기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빠진 학생의 날은 '꿈과 희망'이라는 허울로 집단살해의 끔찍한 현실을 기만하는 일이다.
"전투기에서 비상 탈출한 아군 파일럿"이라 소개했지. (중략) 큰일이야! 총을 든 가상 적군이 파일럿을 생포하러 이동해오고 있어. 이를 놓치지 않은 A-10은 포탄으로 적군을 공격했고, 공군항공구조대 헬기인 HH-60에선 구출 작전에 나선 대원들이 레펠을 타고 내려와 지상에 뛰어들었지. 다행히 아군 파일럿은 대원들에 의해 무사히 구출됐고, 대원들과 HH-60을 타고 현장을 떠났어. 시범 비행이지만 실제처럼 긴박감이 넘치지 않니?" - 2017년 10월 30일, 중앙일보<학생기자가 직접 본 ADEX 2017> 기사 발췌
아덱스에서 말하는 '체험교육'이라는 것이 가상현실과 다양한 놀이를 통해 최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기의 성능만을 앞세우고, 적군의 죽음과 실패에 대한 죄책감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직간접적 전투 체험이라면 이는 전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는 준군사교육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아동에게 군사교육을 금지하고 있는 아동권리협약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전쟁과 학교>의 저자 이치석은 한국전쟁은 1953년에 끝났으나, 학교 교육이 그것을 부활시켰다고 말하며 이분법의 기술은 어른들의 반인간적 정서를 합리화하고 한국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밝힌다. 적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적대감이 합리적인 사고가 되고, 강한 군사적 힘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당성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반대편의 피해는 불가피한 것이며 그들의 고통을 알아차리는 감수성은 삭제되어 버린다. 정치적 사건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문화적 현상으로 전이된다면 교육은 이 현상을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냉전시대의 반공교육을 거쳐 안보 교육, 치우친 통일 교육을 받으며 분단이 일상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편 가르기와 같은 이분법, 적대와 혐오, 배제와 같은 분단의 요소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대형 군사 교육장이 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다분한 무기 박람회에 청소년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학생의 날을 시행하는데 사회적 비판이 존재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끝났다고 생각했던 한국전쟁의 공포가 여전히 일상 곳곳에 공기처럼 스며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공포를 조장하며 성장하는 무기 박람회의 존재가 불편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닐까.
무기박람회에서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찾을 이유는 없다
이 글은 아덱스 학생의 날에 참여해 기사를 쓴 청소년 기자를 비판하거나, 그날 참석한 교사와 학생, 청소년들에게 뾰족한 말을 내뱉겠다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기 전 조사를 하면서 민간 항공기 조종사나 정비사를 장래희망으로 삼고 있는 청소년들이 시간과 마음을 내어 학생의 날에 참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부에서 초대하고 학교에서 추천하는 무기 박람회에 가지 않을 이유를 찾기란 어렵지 않았을까.
다만 수많은 사람의 생명과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분쟁과 전쟁의 도구인 무기를 사고팔기 위한 거래의 장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유치해 무기 산업의 긍정성을 포장하고 있는 아덱스에 대한 시민들의 재평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이 청소년에게 무기사용의 정당성만을 부각하고 전쟁을 합리화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학생의 날'은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다른 이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무감각하게 만드는 구조 안에서 상상하는 꿈과 희망은 또 다른 잘못된 구조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에 미래의 전쟁을 준비하는 무기 박람회에서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찾을 이유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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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준비하는 행사에 '학생의 날'이 왜 필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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