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뿔 가지가 꺾였어요" 물관부만 남고 꺾였지만 사흘동안 잎사귀들이 생생했다.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살아남을 거라고 확신했다.
조정
9월 8일 아침, 서해안을 타고 북상하던 태풍 링링은 드디어 고양시권에 도착했다.
링링이 공중을 한 번 휘돌 때마다 시청 안팎 나뭇잎들이 날아올랐다.
나뭇잎들이 검은 새 떼처럼 공중을 유영하다가 한 곳으로 세차게 몰려가 곤두박일 때의 풍속은 공포감이 들 정도였다.
시장실 창밖 포치에 놓인 에어컨 실외기가 굴러떨어졌다. 모래주머니며 의자, 물통을 묶어둔 골프장 백지화 농성 텐트도 나뭇잎처럼 흔들렸다.
잠깐 스쳐 가는 걱정이 있었다
'산황동 느티나무는 괜찮을까? 뭐 괜찮겠지, 650년 만고풍상을 버텨온 노장인데.'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9월 12일 오전 산황동 주민 미정 아빠가 문자를 보냈다.
"느티나무 가지 하나는 완전히 부러졌고 하나는 껍질이 아직 조금 붙어 있어요. 이거 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공무원들이 자르라고 해요. 빨리 좀 와주세요."
400년은 된 주가지가 뭉텅 떨어져 이미 토막 쳐졌고, 주민들이 '용뿔'이라 부르는 가지는 한쪽 물관부만 붙은 채 꺾여 있었다. 가슴이 먹먹하고 아렸다.
"주민 센터, 구청, 시청 다 전화해도 서로 자기 담당 아니라고만 해요."
평소 보호수 가지에 지지대 세워 달라던 우리의 말을 듣지 않던 고양시의 오불관언이 부른 인재였다. 지역구 김경희 도의원과 김해련 시의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점심시간 후 그쳤던 비가 다시 내렸고 고양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들, 시민들, 공무원 두 명이 현장에 왔다. 현장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