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카페 생소하시죠? 아내가 설계하고 남편이 직접 만든 카페

[인터뷰] 이태호 우연희 부부

등록 2019.11.04 09:59수정 2019.11.0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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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호 우연희씨 부부.

이태호 우연희씨 부부. ⓒ 이재환


시골 마을뿐 아니라 전국의 중소도시에서도 빈집이 늘고 있다. 도시와 시골을 가리지 않고 빈집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빈집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살기도 한다. 지난해 여름 충남 홍성으로 귀농한 이태호(42)·우연희(37)씨 부부도 그렇게 살고 있다.

부부는 홍성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 그럼에도 부부는 도시 생활을 과감하게 접고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부부가 둥지를 튼 농가주택은 부부가 이사 오기 전까지 2년 동안이나 비어 있었다. 빈집을 깍고 다듬어 새롭게 탈바꿈 시킨 부부의 사연이 궁금했다. 지난 달 30일 태호씨 부부를 만났다.  

부부는 자신들을 "짜여 진 틀에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농사초보라서 실수 아닌 실수도 많다. 우연희씨는 "처음에는 잡초를 보고 감자 싹이 났다고 좋아할 정도였다. 안 뽑고 잘 모셔놨는데 뒤늦게 잡초란 것을 알고 허탈했다(웃음)"고 말했다.

그렇다고 욕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인천이 고향인 연희씨는 "조용한 것을 워낙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귀농·취촌에도 관심이 많았다. 아이는 셋쯤 낳아 잘 기르고 싶다"고 말했다.

부부는 지난 달 18일 홍성군 구항면에 '농가 카페' 홍담을 열었다. 농가 식당도 아닌 농가카페라니. 이 부부 참 용감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농사를 짓고 카페를 운영하겠다는 부부의 꿈은 결코 무모하지 않다. 이들은 농가카페를 6차 산업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와도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호씨는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원재료 삼아 간식을 만들어 파는 카페로 꾸며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1억 8천에 농가와 700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한 부부는 농가를 리모텔링해 카페로 탈바꿈시켰다. 서울에서는 웬만한 아파트 전세 값도 안 되는 금액이 투자된 집이지만 부부의 아지트 겸 카페는 꽤 그럴듯해 보인다. 그 비결은 '직접제작(DIY)'이다.

부부는 마치 군인이 진지를 구축하는 것처럼 거의 모든 것을 둘이서 해냈다. 카페 설계는 기계 설계를 전공한 아내 연희씨가 맡았다. 물론 깎고 다듬고 짓는 일은 남편 태호씨의 몫이었다. 부부는 그렇게 농사와 카페를 꾸미는 일을 병행하며 지난 1년을 보냈다. 아래는 남편 태호씨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 홍성으로 귀농한 이유가 무엇인가.
"뭔가에 꽂힌 것 같다. 이곳저곳을 돌아 다녀 보았지만 홍성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연고 없이 내려온 청년들과도 모임을 갖고 교류하고 있다. 그 외에도 홍성농업경연인연합회를 비롯해 주변에 살고 있는 농민들과도 연결이 되어 도움을 받고 있다. 귀농귀촌한 분들과 자주 만나 이야기 하게 되는 것 같다."

- 특별히 이 마을을 선택한 이유나 기준이 있었나.
"선택 기준이 사실 많이 바뀌었다. 귀농을 마음먹었을 때는 마을에서 좀 멀리 떨어져서 조용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보안에도 취약하고 위험한 요소가 많았다. 그래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와 사는 걸로 마음을 바꿨다. 논과 밭이 집과 가까이에 있는 곳으로 터를 잡고 싶었다. 되도록이면 마을 입구 쪽이나 대로변을 알아봤다. 그러다 보니 지금 이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 귀농을 준비는 어떻게 했나.
"긴 시간을 투자한 것은 아니다. 주로 서울 양재동aT센터를 찾아다니며 교육을 받았다. 박람회도 많이 다녔다. 그런 과정에서 귀농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을 파악했다. 그렇게 1년 정도 준비했다. 아내는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시골을 좋아했다. 조용한 것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카페 내부에 있는 농립. 농민 쓰는 모자가 이곳이 농가 카페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카페 내부에 있는 농립. 농민 쓰는 모자가 이곳이 농가 카페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 이재환

 
-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농사를 짓고 있나.
"주 작물 보다는 감자 고구마 고추, 각각 20~30평씩 심었다. 얼마 전에 마늘과 배추를 심었다. 농사 초보라 일단 골고루 조금씩 심어보고 있다. 귀농 선배들은 그런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렇게 조금씩 흙과 친해지고 있다."

적당하고 합리인듯해서 마을 발전기금도 흔쾌히 냈다

- 시골 마을은 텃새가 심한 곳도 많은데, 이사 올 때 문제는 없었나. 마을 발전 기금을 내는 문제로 마찰이 일어나는 곳도 많다고 들었다.
"일부지역에서는 과도한 마을 발전기금 문제로 갈등이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 경우에는 다행히 큰 문제가 없었다. 농지를 소개 받자마자 곧바로 이장님에게 찾아갔다. 마을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마을 발전기금 문제도 툭 터놓고 물어봤다. 당연히 우리 마을도 발전기금이 없지는 않았다. 이장님이 마을자금의 규모를 잘 설명해 주셨다. 내가 분담해야할 몫은 30만원이었다. 금액이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을 발전 기금이라기보다는 주민으로서 당연히 부담해야할 금액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흔쾌히 냈다."

- 홍담 카페는 어떤 의미로 만든 것인가. 농가 카페라고 들었는데, 막연해 보인다.
"지역 농산물을 가지고 음식을 차리는 농가 식당은 많다. 하지만 농가 카페는 우리 부부가 거의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다. 그런 단어 자체가 없었다. 사실 식당을 운영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서 간단하게 차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를 만들게 되었다. 농촌카페는 너무 투박하고, 농가 카페가 더 어울려 보여서 이름을 그렇게 정했다."

- 농가 카페 홍담을 앞으로 어떻게 꾸며볼 계획인가.
"6차 산업에 관심이 많다. 모든 귀농인들의 고민은 아마도 같을 것이다. 1000평이나 2000평의 땅은 사실 상당히 넓다. 2000평을 가지고 부부 둘이서 1년 열 두 달 열심히 일해도 매출은 2000만 원 선이다. 여기서 뗄 거 다 떼고 나면 수입은 1000만원도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가공이나 체험 쪽으로 연계할 수밖에 없다. 그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 카페를 먼저 연 것이다."

- 농촌의 현실이 워낙 열악해서 노후를 대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괜찮겠나.
"도시에 살아도 고민은 결국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우리 부부는 상관없는데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걱정이긴 하다. 어차피 서민의 삶이란 것이 풍족한 것은 아니지 않나. 비록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아이들이 내가 하는 일을 볼 수 있고, 아이들 곁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에게도 그게 더 나은 삶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혹시 있나.
"아직 1년 밖에 안됐다. 조언을 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 억대 매출을 이루는 청년 농부들의 대부분은 부모님의 가업을 잇는 후계농업인이 많다. 그런 것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청년의 특권은 시간이다. 그렇다고 무모할 필요는 없다. 청년 농부들이 많이 내려와서 일도 함께하고 교류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농가 카페 내부이다. 이국적인 느낌도 있다.

농가 카페 내부이다. 이국적인 느낌도 있다. ⓒ 이재환

#농가 카페 #이태호 #농촌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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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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