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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난타' 당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국책기관도 타당성 매우 낮아"... 전문가들 한목소리로 "사업 철회" 촉구

등록 2019.11.26 20:59수정 2019.11.2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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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 간담회실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평가, 무엇이 쟁점인가?’란 토론회에서 사회 및 환경분야 전문가들이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 계획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 간담회실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평가, 무엇이 쟁점인가?’란 토론회에서 사회 및 환경분야 전문가들이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 계획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정대희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 계획이 국회에서 '난타' 당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 간담회실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평가 무엇이 쟁점인가' 토론회에서 환경과 사회 분야 전문가들은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 계획을 두고 "졸속 추진", "연구 결과 은폐", "수요예측 잘못" 등 날 선 말을 쏟아내며 사업철회를 촉구했다.

국무총리신 산하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앞서 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국토해양부가 환경부에 제출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평가서 본안에 대해 "입지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이라며 다른 대안 검토를 권고했다. 국토부가 제2공항을 짓겠다고 나선 입지는 생태 보전 가치가 큰 철새 도래지와 인접하고, 항공기와 조류 충돌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도 문제였다.

가톨릭대학교 정영신 사회학과 교수는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이란 말이 있다. 과잉관광을 뜻하는 말로 관광지역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한 관광객의 유입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부작용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국토부와 제주시가 예측한 대로 제주공항 이용객이 4500만 명으로 폭등한다면 이는 제주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며 주민들의 삶과 교통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주도의 '과잉 관광지화'는 원주민(지역 주민)이 내쫓기는 현상(투어리스티피케이션 Touristification)으로 이어져 지속가능한 발전이 못 될 것"이라며 "수용력을 초과하는 발전은 삶의 퇴보와 파괴로 이어진다"라고 지적했다.

박찬식 '육지사는 제주사름 대표'도 제주 제2공항이 "마을과 주민의 삶을 위협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주도는 2000년대 이후 외자 유치 중심의 대규모 관광 개발을 하면서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했다"라며 "그 결과 지난 2017년 생활폐기물이 하루 1332t으로 6년 새 2배로 급증하고, 하수처리장 포화와 교통체증, 지하수 오염 및 고갈 등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 자연생태와 사회문화적 고유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의 관광객 유치는 '관광이 아니라 침공'이다"라고 비판했다.

녹색교통 민만기 공동대표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항공 수요예측과 공항 인프라 확충 규모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현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당시 공신력 확보를 위해 외국 법인 또는 전문기관을 참여시켰다"라며 "이때 선정된 ADPi는 현 제주공항의 보조 활주로를 교차 활주로로 활용할 경우 국토부가 제시한 장기 수요를 처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하지만 ADPi의 연구 결과를 (국토부는) 검토과정 없이 기각 은폐했다"라고 주장했다.


조류충돌 위험성도 제기됐다. 환경생태연구재단 최진우 상임이사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기준에 따르면 공항 주변 13km 이내 조류를 유인할 수 있는 음식물쓰레기 매립장을 설치할 수 없다. 3km 이내에는 양돈장과 과수원, 승마연습장 등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제주도의 주요 철새도래지 벨트인 하도리와 종달리, 오조리, 성남-남원 해안은 제2공항 예정지로부터 약 4~8km 이내에 있고, 조류를 유인하는 시설인 양식장과 과수원, 양돈장도 다수가 있다"라고 했다.

아울러 "영국도 템스강 하구에 신공항을 지으려다가 조류 충돌 위험성이 제기돼 중단했다"라며 "제주 제2공항은 조류충돌 위험성을 제대로 다루지 않아 환경부가 반려했는데 후에도 졸속으로 추진됐다"라고 쓴소리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바른미래당 이상돈 국회의원은 "지난 10월 31일 환경부는 국토부에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평가(본안) 보완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사업 주체로서 평가서의 부실한 부분을 충실히 보완할지 의구심도 든다"라며 "국토부와 제주도는 지역주민과 시민사회가 제기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본 사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고민하여 전향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도 "우리 국민이 애지중지하는 제주도를 그동안 너무 파헤치고 그 자리에 아무거나 지었다. 보고 있으면 숨통이 막힐 지경이다"라며 "KEI가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 계획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ADPi는 기존 공항 활주로를 이용해도 된다고 했다. 이제라도 훨씬 합리적인 방법을 찾고, 도민들의 의견을 들어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 계획)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 한다"라고 했다.
#제주제2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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