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5년 동안 전이나 재발을 보이지 않고 살 수 있었다는 사실에 일단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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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라는 확진 판정을 받았던 5년 전, 직장암 3기 정도는 생존율이 50% 정도라는 통계를 봤다. 그러나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죄 없이 단체 기합에 내몰린 것 같아 억울했고 믿었던 상대에게 배신당한 것 같은 노여움과 분노를 혼자 삭이기 힘들었다. 더불어 나의 과실로 인해 자초한 불운이며 심지어 나의 부덕의 결과라는 자책과 절망감으로 인해 숨을 쉬기 어려웠다.
아무리 현실을 긍정하고 완치될 수 있다는 의지와 신념이 중요하다는 자기 암시도 절망감을 이길 수 없었고 개인의 철학과 사상은 통증에 밀려 무채색의 구름이 됐다. 성인의 말씀도 한 알의 진통제만 못했다.
살고 싶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 그리고 수술을 망설이지 않았다. 밤중에 장루를 비우면서 암을 이겨야 한다는 의지를 다졌다. 변으로 인한 고통에 떨면서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장을 주문처럼 외웠다.
육체적인 상처와 그로 인한 불편함은 시간이 해결한다는 말이 있다. 나를 다시 보기 시작하면서 점차 나는 처지를 긍정하기 시작했고 그러는 동안 수술로 인한 통증도 가셨다. 그렇게 2016년 중반을 넘기고서야 나는 겨우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수술 후 나의 관심사는 온통 암의 재발과 전이를 막을 수 있는 자료를 찾고, 완치판정을 받은 환자들의 경험에 집중됐다. 암의 완치율은 높아지고 있으며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을 전하는 뉴스를 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초기 암 환자는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해졌으며 암의 종류와 부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장암의 경우 초기 환자의 경우 완치율은 거의 100%라는 놀라운 기사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힘이 되었다. 나같은 경우의 병기도 완치율이 80%에 가까워졌다는 소식도 들렸다. 믿기 어려운 진보가 아닐 수 없었으나 나뿐만 아니라 모든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병을 이기겠다는 나의 의지와 더불어 완치율의 상승이라는 소식은 내 안에서 서로 기폭제가 되면서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더 키웠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수술방식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5년 전에는 로봇수술이 일반화되지 않았고, 복강경 수술과 개복 수술에 의존했는데 이제는 레이저를 이용하여 암 부위만 처치하는 수술방법이 실험단계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사람을 덜 고통스럽게 하는 수술방법은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며 아마 초기 암 정도는 간단한 외과 수술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해본다.
더 나아가 약물치료도 이제는 사람에 맞추어 표적치료가 가능한 신약이 개발 중이라고 했으며 실제 임상 실험에 참여하며 말기 암을 극복했다는 사례도 있다고 했는데 앞으로 범위는 더 확대될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암은 완치의 길이 넓어질 것이며 머잖은 미래에 암은 감기 정도의 병이 될 날이 오리라고 기대해본다.
마지막이 될 검사를 앞두고
며칠 후, 특례기간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대장 내시경 검사와 CT 검사를 앞두고 있다. 아마 12월 크리스마스 전에 완치 판정을 받으리라고 확신하지만 그래도 요즘은 조금 긴장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병은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완치되지 않으며 의사의 치료와 주변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털고 일어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나는 지금까지 5년 동안 전이나 재발을 보이지 않고 살 수 있었다는 사실에 일단 감사한다. 또 나를 보살펴준 아내에게 감사하고 응원해준 두 아들과 많은 지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실 완치판정이 나온다고 해도 완전히 안심할 수 없는 병이 암이다. 계속 해롭다는 음식 조심하고 꾸준히 운동하면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도 요즘은 하나의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과 함께 2020년부터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야 할지 많이 생각한다.
끝으로 갑자기 예상치 못한 병을 만나 힘들어하는 환우들에게 전하고 싶다.
앞으로 암을 치료하는 더 좋은 신약은 계속 개발될 것이며 수술방법도 개선될 것이라고. 또 완치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일단 병원 치료 잘 하시고 힘내시라고. 아울러 어려움을 감내하며 암 환자를 돌보는 세상의 모든 가족에게도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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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찾아온 직장암... 고통받는 나를 구해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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