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원천무효'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소연
"사립유치원 이사장의 사유화 보장법"이라는 지적을 받는 자유한국당의 유치원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수정안이 헌법재판소(헌재)의 결정 내용들까지 모두 뒤집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치원 이사장 위한 '독소조항'
2일 교육부와 국회, 사학비리추방 운동단체 등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국회 본회의 자동 상정 당일인 지난 29일, 지난해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유치원 3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갑작스럽게 내놨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박용진 3법'을 막기 위해 '맞불 수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한국당의 수정안 가운데 논란이 되는 내용은 사립 유치원 일반회계 세출 항목 안에 '교육환경개선금'을 따로 잡아놓은 것과 유치원에 한해 '교비(학교)회계와 법인회계를 구분하지 않고 통합할 수 있다'는 단서 신설 조항이다. 이 내용은 유치원 이사장(또는 설립자)의 '사유화'를 보장하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란 지적이 나온다.
수정안은 유아교육법 제19조의10에서 일반회계 세출 필요 경비로 유치원 운영비 등과 함께 '교육환경개선금'을 따로 넣어놓았다. 이는 지난해 11월 자유한국당 김한표 의원이 내놓았던 유아교육법 개정안에서 '시설부담금'을 이름만 바꾼 것이라는 게 정부·여당의 분석이다. 시설부담금은 유치원 시설을 만든 설립자(또는 이사장)에게 시설 사용에 대한 비용을 주기 위한 돈을 말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유치원 설립자가 자발적으로 유치원을 인가받아 자신의 땅과 건물을 교육 활동에 활용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비영리기관인 유치원이 교육환경개선금 항목을 통해 시설비조로 설립자의 이익을 보장하도록 하자는 주장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초중고 사학재단 설립자에게 이 같은 이익을 주는 조항은 없으며, 만약 이익을 준다면 교비 유용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유치원 이사장에게만 특혜 예산을 편성토록 한 것이다.
시설비 보전? 유치원 이사장은 특혜 예산 가능토록
그런데 이 같은 자유한국당의 수정안 내용은 당장 올해 7월 25일 헌재의 결정(2017헌마1038) 내용과 상반된 것으로 드러났다. 헌재는 '사립 유치원 설립자를 위해 지출할 수 있는 항목'을 금지한 것이 사유재산권 등 기본권 침해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기본권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유치원 예산으로 유치원 설립자에게 스스로 제공한 교지・교사의 사용 대가를 지급할 수 있게 한다면, (학교) 설립 요건으로 일정한 재산을 갖추도록 한 (사립학교법 등) 취지를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기존 법이 허용한 범위를 넘는 적립・지출은 유치원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교육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법인회계와 교비회계 통합 허용' 수정안 내용도 헌재 결정을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제29조(회계의 구분)에서 "학교법인의 회계는 학교에 속하는 회계(학교회계)와 법인의 업무에 속하는 회계(법인회계)로 구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당 수정안은 여기에 "다만, 유치원은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통합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단서조항을 새로 넣었다.
이에 대해 사립학교 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아래 사학국본)는 "사립 초중고는 법인회계와 학교회계를 엄격하게 분리해 학교 돈이 이사장이나 설립자에게 흘러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한국당 수정안대로 두 회계를 통합한다면 힘 있는 유치원 이사장이 회계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어 그들만의 '비리왕국'이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인회계와 교비회계 통합하면 비리왕국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