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오늘의 인생> 중
마스다 미리&(주)이봄
내가 만화를 비롯한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글과는 다른 종류의 여유와 재미, 그것이 가진 힘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어릴 적 학교 미술시간에만 그렸던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는데 최근 1년간 또 손을 놓았다. 재밌으면 그만, 했던 초심을 잃고 더 잘 그려야 한다는, 그래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 이유.
그런데 많은 것이 그렇듯 그림도 잘 그려야지만 뭔가 할 수 있는 건 아닌 게 확실한 것 같다. 마스다 미리의 그림도 그녀의 인지도를 언급 않고, 출간된 책에서가 아닌 평범한 흰 종이 위의 그것을 본다면 어른이 그렸는지 아이가 그렸는지도 잘 구분이 안 갈 것 같지 않은가.
작가가 전철에서 기린 우산을 들고 있는 사람을 봤다는 사소하디 사소한 일화를 보면서는 "흐흥" 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작가가 되느냐 마느냐는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하느냐 마느냐'임을. 전철에서 기린 우산 든 사람 이야기를 쓰느냐 마느냐, 그것이 하늘과 땅, 유와 무의 차이의 시작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