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쪽방상담소는 20일 오후 경상감영공원에서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를 열고 팥죽을 나누었다.
조정훈
홈리스 생활을 청산하고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다는 변아무개씨는 "혼자 계신 분들은 고독사가 제일 위험하다"며 "재개발로 쫓겨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럴수록 우리가 같은 식구라 생각하고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변씨는 "때로는 화장실에서, 때로는 벤치에서, 때로는 쪽방에서 돌아가시는 분들이 마지막 하는 말이 '엄마'를 부르고 간다"며 "태어날 때는 이름을 갖고 태어나지만 가실 때는 이름도 없이 가신 분들을 추모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쪽방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이아무개씨는 "내 옆방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보면서 정말 서러웠다"면서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도와줄 수 없어 너무나 한그러웠다"고 머리를 숙였다.
행사를 진행한 대구쪽방상담소는 "홈리스는 아니지만 대구 각 구·군별 무연고 사망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다"며 "지난 2016년 79명에 불과했던 무연고 사망자의 수가 2018년 124명, 2019년 11월 현재 150명으로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연고 사망자의 수가 대폭 늘어난 현실은 빈곤층과 저소득층들의 삶이 더욱 고단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홈리스들은 차별과 불안정, 부적절한 노동으로 침해받는 노동권, 정부의 그릇된 경기부양책과 고금리 정책, 금융 범죄 집단의 덫에 걸려 노숙인 절반 이상이 '신용불량' 이라는 족쇄에 매여 살아야만 하는 현실"이라며 "고인들의 죽음을 거름삼아 운동으로, 직접 행동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