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책방 '퇴근길 책 한잔'
김지영
남자 주인공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는 노팅힐에서 여행전문서점을 운영하는 책방 주인이다. 그런데 그의 서점은 매달 적자를 면치 못하고, 그는 종종 책을 소매치기하는 사람, 여행전문서점이라는 데도 소설책을 찾는 사람, 시간을 때우려 서점에 방문하는 방금 전에 말한 그 사람 등을 상대해야 한다.
책방 무사를 운영하는 뮤지션 요조도 에세이집 <오늘도, 무사>에서 그와 비슷한 고충을 이야기한다. 그녀는 책방에 찾아와 무턱대고 커피 접대를 바라는 중년 남성들 때문에 화장실에 숨어 있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책방 운영에 있어서 '치안'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만약, 임대료나 보증금이 저렴해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후미진 곳에 가게를 얻었다면, 그리고 그곳에 혼자 상주해야 한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책방을 운영하다가 매일 서점 통유리 너머로 자신을 관찰하는 이상한 남자 때문에 책방을 닫은 사례도 있다고 한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 또한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진상 손님은 비단 서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단지 책방을 운영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서점이라고 해서 책을 좋아하는 고상하고 우아하며 경우가 바른 손님들만 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방 주인이 되기 위해 숙고해야 할 또 한 가지는,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바로 수익의 문제일 것이다.
바야흐로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이 등장하고, 인터넷 서점이 성행하는 시대가 왔다. 시대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서점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직접 목도하기도 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특히, 통영에 있는 70년 역사의 '이문당' 서점이 폐업한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는, 그곳에 가본 적이 없으면서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을 그 서점을 이렇게 쉽게 스러지게 내버려 둬도 되는 걸까 싶어 안타까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책방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존재했다. 신촌에 있는 홍익문고는 '홍익문고 지키기 주민모임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를 모면했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에 서점을 이어받은 아들은 홍익문고를 지키려는 2천여 명의 사람들에 힘입어 서점을 지킬 수 있었다. 종로구 명륜동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서점 '풀무질'은 20대 청년 3명이 인수해 폐업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