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빙벽을 연상하게 하는 종유석
김광철
은자암은 다층식 종유동에 속하며, 이미 관광구역으로 개발한 2km 구간은 크게 하동(下洞), 대청, 상동(上洞) 세 부분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지질년대에 발육 생장한 다양한 유형의 종유석이 수십 개의 특색 있는 경치를 자아내고 있다. 잘 접어놓은 허연 커튼을 보는 것과 같은 종유석은 그 어떤 곳의 종유석들보다 압권이었다.
광한삼궁과 설산비폭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종유석은 이곳 은자암에서도 뛰어난 비경을 이루고 있어 '삼절(三節)'이라 불린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수십 개의 불상들을 모아놓은 듯한 종유석과 가느다란 종유석이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의 종유석들은 이곳 은자암 종유석 들 중에서도 기이하여 사람들의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진주우산'이라 불리는 종유석을 포함하여 삼보(三寶)라 불리우고 있다.
동굴 내부에는 관광객들을 위하여 다양한 색조의 조명을 설치해 놓았다. 하지만 그 조명의 색깔이 내가 보기에는 조악해 보여 그 조명 때문에 오히려 기이하게 생긴 종유석들의 진가를 훼손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워낙 관광객들이 많이 들어가고 어두워서 동굴을 둘러보는데 넘어지기도 하는 등 좀 불편하였다. 이렇게 1시간 정도 동굴을 둘러보고 나올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태백산 석회암 지역인 태백, 영월, 단양 지방에는 석회암 동굴들이 여럿 있다. 울진 성류굴도 있다. 라오스 등 외국을 여행하면서도 몇몇 석회암 동굴에 들어가 보았고, 이곳 계림에도 '관암동굴'도 가 보았다. 그렇지만 내가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들어가 본 동굴 중에 이곳 '은자암' 동굴보다 더 화려하고, 섬세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굴의 종유석들을 보진 못했다. 그래서 동굴, 지질 연구가들은 이곳을 '세계 카르스트 예술의 보고'라고 평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계림 제1의 산, '요산(堯山)'
계림 여행 마지막 날인 5일째 되는 날에는 아침 느지막한 시간에 호텔에서 출발하여 계림에서 제일 높다는 '요산(堯山)'을 찾았다. 시내에서 전세버스로 약 1시간 정도 달려 도착할 수 있었다. 목적지 가까이에 가니, 숲 속에는 우리의 공동묘지와 같은 많은 묘지들이 집단으로 설치되어 있는 곳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과거부터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중국의 장묘문화가 궁금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묘지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워낙 많은 인구 때문에 대부분 화장을 하는 장묘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1956년 모택동의 '장묘문화혁명'을 선언하고 화장을 법으로 정하면서 매장은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화장을 한 다음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등으로 시신을 처리했는데, 요즘은 납골당에 안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를 안내하고 있는 여행 가이드에 의하면 이곳 광서성에는 많은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종족마다 장묘 풍속이 다 다르다고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공식적으로는 매장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곳의 장족과 같은 소수민족의 일부는 우리와 같이 봉분을 만들어 묘를 조성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묘 주변에 나무를 제거하지만 이곳의 묘들은 숲 속에 있었다. 묘의 봉분을 돌을 이용하여 둘러놓았고, 시멘트를 바른 묘들이 많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