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사실상 고립된 한국인 700여명의 국내 송환을 위해 오는 30∼31일 대한항공 전세기를 4차례 보낼 예정인 가운데. 29일 오전 인천공항 대한항공 정비창에서 정비사들이 항공기를 정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 교민들을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30일 오전 출발 예정이었던 전세기가 돌연 취소됐다.
30일 새벽 주 우한 총영사관은 홈페이지에 긴급 공지를 알리면서 "중국측의 허가 지연으로 1월 30일 목요일 임시 비행편 탑승을 위해 10시 45분까지 집결하기로 했던 공지를 변경하오니 해당되신 분들은 현재 계신 곳에서 다음 공지를 기다려달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우한 외곽에 있는 마청이라는 도시에서 교민들을 돕고 있는 정태일 후베이성 한인회 사무국장과 30일 오전 전화통화를 해 현재 교민들의 상황과 중국 내부의 사정을 들었다.
- 원래 30일 오전과 31일 양일간 출발 예정이었던 전세기가 갑자기 뜨지 못하게 된 걸로 알고 있다. 어떤 상황인가?
"새벽에 비행허가 취소 통보를 갑작스럽게 전달받았다. 원래 계획은 오늘 중에 전세기가 문제 없이 뜨는 것이었는데 영사관 측에서도 난처한 상황이다. 일단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변동사항이 있으면 공지하겠다고 교민 분들에게 안내를 드린 상황이다. 교민 분들도 '협의가 다 된 거 아니었냐' '갑자기 변동된 이유가 뭐냐'라면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 우한에서는 당초 몇 명 정도 전세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나?
"700여 명 정도로 명단을 정리해서 외교부에 전달을 했다. 상황이 갑작스럽게 변하면서 교민분들이 난감해 하신다. 준비해놨던 식량을 다 처분하신 분들도 계신데 어떡하느냐고 하신다."
- 정태일 사무국장은 전세기에 탑승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이유가 뭔가?
"전세기에 타고 싶어도 못 타시는 분들이 계시는 상황에서 내가 탑승을 한다면 도리에 어긋난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남아서 못 타시는 분들이나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을 도와드리려고 하고 있다."
- 못 타시는 분들은 이유가 있나?
"저희가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다문화 가정을 꾸리신 분들이나 사업을 하시는 분들, 그리고 도로 사정으로 전세기 탑승이 불가능하신 분들이 못 타시는 것 같다. 사업하시는 분들은 전세기를 타고 떠나버리면 일궈놨던 사업 인프라에서 손실이 크기 때문에 남아서 여기를 지키겠다고 고사하시는 상황이다. 다문화 가정을 꾸리신 분들은 배우자나 자녀 분들이 중국 국적을 갖고 있다 보니 중국인은 임의로 데려갈 수 없다는 중국 정부 방침에 의거해 남겠다는 것이다. 한국 국적자만 탑승이 가능하다고 하니까 가족들과 못 갈 바에야 남겠다고 하신다.
지금 우한시 외곽 도시에서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도로를 봉쇄해야 한다는 말이 돌면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도로 구간에 흙더미나 공사 자재로 길을 막고 있다. 그로 인해 길이 막힌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공안이 통행증을 요구하거나 출입을 거부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주 우한 영사관 쪽에서 교민들이 문제 없이 통행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보내둔 상태인데 일부 구간은 전달이 안 됐는지 통행 거부를 하고 있다고 교민들이 제보를 해줬다."
- 말씀해주신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우한에서 전세기에 탑승하지 못하는 교민들은 어느 정도나 되나?
"아직도 인원 파악 중이긴 한데 120여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SNS 어플인 '위챗'을 통해서 지역별 체류자 단톡방을 개설해 주 우한 영사관과 협조해서 계속 업데이트하는 중이다. 자발적으로 남아계신 분들은 대부분 2003년도 중국에서 사스를 경험하신 분들이라 중국 정부를 믿고 기다리고 계신다고 한다. 탑승을 하고 싶은데 도로 사정으로 탑승을 못하시는 분들은 안타깝다고 토로하시고 계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세기 배치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전문 의료팀 배치라든지 긴급 구호물자를 우선 배치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렇게 했다면 교민 분들이나 현지 분들이 필요한 물품을 어려움 없이 공급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전세기 배치부터 추진하다 보니 한국 국내 여론도 좋지 않고 반발이 상당히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내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글이 올라오면서 중국 언론 매체가 이를 보도하고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심각해진 상태다. 한국인들이 지금 전염병 퍼졌다고 중국인을 벌레보듯 하느냐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반한 감정이 극에 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중국인 입국 금지 글이 올라오면서 많은 분들이 난처해하는 상황이라고 전달받았다.
또 전세기를 탑승하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서도 전문 의료진과 긴급 구호 물자를 배치해 치료 지원을 했다면 한-중 간에 돈독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이를 적극 검토해주셨으면 하는 게 저희 후베이성 한인회 입장이기도 하고 내 개인적인 견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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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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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베이성 한인회 "전세기 고맙지만 의료진이 우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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