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음악에 맞춰 춤 추는 발레단오케스트라 음악에 맞춰 발레를 볼 수 있었던 색다른 무대였다
조용필
그런데 잠시 후 지휘자가 한국어로 우리가 듣게 될 러시아 음악에 대해 물 흐르듯이 잘 설명해 주셨다. 경상도 억양이 조금 섞인 어투는 친근하기까지 했다. 알고 보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모두 러시아인이었으나 이 단원을 총 지휘하고 계셨던 분은 바로 한국인 노태철 야쿠티아 국립음악원 부총장님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 러시아 음악가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프스키가 약간의 시대적 차이는 있지만 그들은 삶이 달랐기 때문에 음악이 다르다며 곧 연주될 곡들을 어떻게 들으면 좋을지 알려줬다.
"러시아 음악, 프랑스 음악, 독일 음악들이 다 다른 이유는 그들의 언어가 다르고 문학이 다르고 문학 속의 삶 그리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비록 러시아가 많은 전쟁을 치른 나라이지만 그들이 향유하는 문학은 아름답고, 그들의 음악과 예술은 삶에서 나온 것이다. 그들의 삶은 비록 가난하지만 교양이 있다."
정말이지 우리는 그 짧은 시간 안에 러시아뿐만 아니라 헝가리, 프랑스, 독일 및 오스트리아 음악들을 맛보며 그곳을 한 바퀴 돌고 온 것 같았다. 그러면서 궁금해졌다. 각 나라마다 색다른 음악이 선보이듯이 그곳에 묻어 있는 삶이란 어떨까.
노태철 지휘자의 이야기는 결코 음악에 대한 교과서적인 정보 전달이 아니었다. 당신의 인생 스토리를 엮어 음악과 우리의 삶을 연결시켜 주고 있었다. 유럽에서 10여년의 음악가 인생을 보내고 미국에서도 상당한 봉급으로 음악 활동을 하였지만 러시아로 건너가서 러시아 음악에 푹 빠져버리셨다고 한다. 미국의 십분의 일밖에 되지 않은 봉급으로 러시아에서 살았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너무 행복했다고.
어느덧 나는 음악회에 앉아 있으면서 '내 인생의 깊이'에 대해서 혹은 '내 삶의 의미'에 대해서 성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나의 삶은 이대로 좋은가. 마음 안에 무언가 모를 그 어떤 것을 알차게 담고 싶어 하고 있었다. 때마침 감독님은 연주되는 곡들 사이사이에서 인생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들을 전달하고 있었다.
"오늘 음악회 전까지만 해도 2년 정도 동안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져 있었습니다. 건강하던 몸이 걷는 것조차 힘들게 되니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너무 음악에만 몰두하고 살았는데 이제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때 행복합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세계적으로 너무나 훌륭한 민족입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경제적인 영역을 뛰어넘어 인생을 좀 다르게 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한국인들이 문화와 교양이 있는 인생을 살게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