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업체의 갑질을 규탄하는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들
육근성
"일, 물론 고되지요. 하지만 용역업체의 갑질이 더 힘들어요. 업체가 심어놓은 분임장과 반장은 노동자를 감시하고 노조 가입을 막아요. 노조에 가입하면 왕따 당하거나 먼 곳으로 인사이동 시켜 출퇴근조차 힘들게 해요. 반장급들은 거의 다 남자들이에요. 이들은 청소도 안 해요. 남자들도 계단 닦고 그래야 청소노동자 아닙니까?"
부산지하철노동조합 황귀순 서비스지부장의 말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실사용자와의 직접 대면을 요구해 왔다. 용역업체에 의해 가로막힌 노동환경 개선 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들의 주장은 단순하고 상식적이다. '사용자가 우리를 직접 관리해달라'는 게 그들의 요구다. 하지만 공사는 또다시 '간접 대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새로운 용역 자회사를 만들겠다는 게 공사의 결정이다.
결국 청소노동자들이 농성에 들어갔다. 벌써 두 달째다. 용역업체라는 '방패막이'를 끝내 놓지 않겠다는 공사에 맞서기 위해서다. 이에 공사 측은 '새 용역회사의 운영은 과거와는 다를 것이며 노동 복지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은 공사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이들의 직접고용 요구는 용역업체에 의한 노동착취의 경험에 터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9조(중간착취의 배제)에 근거한 농성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사가 밝힌 직접고용 반대 이유는 비용과 합리성, 두 단어로 요약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임금 인상 등으로 비용이 증가할 것이며 청소 분야는 용역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게 공사 측 해명이다. 하지만 이 해명의 행간에서 실사용자의 속내가 읽힌다. 용역회사는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장치이고, 청소 노동은 '직접고용 부적합'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직업이란 말인가.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이 오히려 비용 절감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한다. 직접고용이 이뤄진다면 연간 100억 원에 달하는 용역업체의 관리비, 부가세, 이윤 등이 절약된다는 게 이러한 주장의 근거다. 노조는 이 중 일부를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비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직접 고용과 기본적인 노동 복지만 이뤄진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