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제공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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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오프불링 환경을 조성했다. 전교생 또는 한 학년이 모여 있는 공간은 2차 가해를 한 학생과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이 상반된 위치로 공존한다. 그런 자리에서 "트위터로 미투 참여한 학생은 손 들어봐라", "이런 말하면 트위터에 올라가냐", "곡해해서 듣지 마라"는 등의 발언들은 교사가 고발당사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는 걸 방증한다.
"공개사과하신 선생님은 얼마나 수치스럽겠냐", "나중에 얘기하지 말고 불만있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해라"라는 말이 오가는 와중에도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교사가 느낄 수치심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걱정했어야 했다. "아까 말하지 않았냐", "쟤도 당했냐", "진짜 쌤 불쌍하다" 등 앉은 자리 바로 옆에서 우리가 들었던 말들 속 '우리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왔다'는 오명을 묵인할 수 없었다.
공개사과가 끝난 후 교감선생님께 "공개사과를 다수의 학생들에게 한 것은 좋으나, 이 자리에서 직접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건 마녀사냥의 우려가 있다"고 말씀드리자 "2주 뒤에 다시 말하자"는 답변이 돌아왔다. 재학생 간 사이버불링에 대해서는 "이번 미투로 여러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이 전부였다. 선생님의 말 한 마디마다 우리는 다수로부터 쏟아진 모진 시선과 갖가지 조롱에 정신이 혼미했다. 교내 위클래스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는 했지만, 학교의 부실한 대처와 주변인의 2차 가해가 난발하는 곳에서 과연 상담을 받을 수 있을까?
교직원의 언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집안일은 집안에서 끝내라는 말이 있다. 학교일도 그렇게 끝났어야 했는데 외부에 알려진 것이 유감스럽다"는 말을 수업 중에 하기도 하며, 교직원의 언행에 문제제기 하자 "'이새끼'라는 단어가 한 가지 뜻으로만 쓰이지 않지 않냐. 선생님께서 그런 말을 하셨어도 정말 그 말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말씀하신 건 아니다"라며 폭력을 훈육으로 포장했다. "너희가 권리를 누리려면 의무 먼저 지켜야 한다"며 교칙을 먼저 제대로 지킨 뒤에 요구를 하라고 했다. 학생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교칙을 지키는 게 의무로 여겨지는 것도 답답했지만, 교칙을 운운하는 모습에 온갖 정이 다 떨어졌다.
우리는 이런 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모든 걸 숨겼다. 핸드폰 검사한다는 소문이 돌자 핸드폰에 남아 있는 미투 흔적을 모조리 지웠고, '미투에 참여했다'는 확신을 주지 않기 위해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예민해졌다.
남은 건 폭력의 파편... 이렇게까지 견딘 게 허탈하다
기억을 더듬어볼수록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루를 견뎠다는 게 허탈했다. 스쿨미투를 회상했을 때 잔존하는 것은 선생님의 사과가 아니라 미투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겪었던 폭력의 파편이었다. 서로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던 지난 2년이 아리게만 남았다.
햇수로 2년이 지났음에도 우리의 일상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사이버불링 이후, 핸드폰 알림에 가슴이 철렁하고 SNS계정이 또 타인에게 퍼질까 신경을 곤두세운다. 다수의 시선이 집중되는 모든 상황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고, 또래 여자애들을 마주보는 것조차 하지 못한다. 2차가해를 한 학생을 피하려 갖가지 방법을 다 써봤다.
나에게는 교실 자체가 트라우마였다. 수업 중 불안증세가 나타나 곤경을 겪은 후로,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마음을 추스리는 데 온 체력을 소진했다. 자연히 낫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되려 시간이 갈수록 자기자신을 감추고 검열하는 데 도가 텄다. 적어도 교육청과 학교가 2차 가해를 간과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거다.
교육청과 학교는 과연 고발 당사자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스쿨미투를 '수습해야 할' 사안으로 처리하는 데만 급급했던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빠른 시일내에 2차 가해에 대한 명료하고 세심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2차 가해가 무엇인지 자각할 필요가 있다.
스쿨미투는 '9월의 불미스러운 일'로 불렸다. 유죄 판결이 나온 지금, 무엇이 불미스러운 일인지 역으로 물어보고 싶다. 미투를 시작한 2018년 9월 7일부터 지금까지, 2차 가해는 일상적으로 벌어졌던 일들이라 기억을 모으는데 많은 도움이 필요했다. 시간과 체력을 허해준 모든 지인들에게 덕분에 이만큼 왔다고, 같이 해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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