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질문에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가 답하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 동물당 창당 관련 얘기로 넘어가려 한다. '시셰퍼드 코리아'와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과 같은 단체들과 연대하여 동물당을 창당하고, 이번 4.15 총선에 후보를 내겠다는 계획이 여러 사정들로 무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확히 설명해 줄 수 있나.
"말 그대로 창당을 계획 중이었다. 그러나, 시간 상 어려움이 있었고 코로나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후보를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창당 준비를 위한 모임 자체가 크게 어려워졌다. 그래서 미비하게 창당하는 것보다는, 준비위원회를 창설하고 사전 준비를 보다 촘촘히 해서 천천한 호흡으로 진행하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아예 계획을 포기하진 않았고, 현재는 기관지를 새로 하나 만들 예정이다. 녹색평론 기관지에서 녹색당이 나온 것처럼, 동물에 관한 진중한 담론을 천천히 쌓아 나갈 예정이다."
- 동물당 창당은 정당이라는 기성 정치 제도를 통한 활동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국회 입성 이후 활동 폭은 넓어졌으나, 여전히 정당 지지율 3%라는 현실의 높은 벽은 존재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당연한 말이지만, 아직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기에 지지율이 높을 수가 없다. 또한, 원내 진입에 성공하더라도 한 명이 바꿀 수 있는 몫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 그래도 0인 것보다는 낫다. 그래서 도전을 진행 중이다."
- 그렇다면 보다 현실적으로 기성 정당의 정책적 방향을 동물 친화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시민단체 활동의 방식이 맞아 보인다. 굳이 동물당 창당의 방식을 지향하는 이유가 있나?
"기존 당론을 뛰어넘는 동물권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국회의원들은 기본적으로 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당론을 뛰어넘는 법안 발의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당론부터 동물을 위한 강령과 기반들이 갖춰진 정당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신당 창당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박완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의원이 최근 "반려견과 식용견은 다르다"며 개 식용 찬성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또한, 이개호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장관 임명 전, 국회 회의에서 '잡아먹거나 팔아먹어도 된다'는 식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장관 임명 청문회에서는 "무지했다. 지금은 식용하지 않는다" 라며 발언을 철회했다. 기존 정치권 인사들의 인식으로는 동물권 정책 관련 목소리가 나올 수 없는 토양이다.
또한, 동물권 정책의 진행이 있다 하더라도 너무 더디다. 개 식용과 같은 경우, 법안 발의 자체는 있었다. 그러나, 소위 통과조차 하지 못했다. 영국 등 다른 나라는 동물과 관련된 정책은 환경부 소관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은 농림축산식품부 관할이다. 모순적으로 축산을 지향하는 농림부에서 동물권을 보호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다. 또한, 국회 농해수위 소속 위원들은 농촌 지역구 출신이 많아서 친 축산적 사고가 익숙하다.
-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동물당이 유일하게 의석 수를 확보, 프랑스 등 기타 국가에서는 지지율이 낮아 실패했다. 한국보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은 서구권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보면, 동물당의 실패는 사람들의 인식 부족 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사실은 모든 거대정당이 아닌 소수정당들의 숙명이기도 하다. 녹색당도 마찬가지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 부족보다는, 사람들이 동물권보다 예를 들어, 경제, 사회, 소수자 관련 다른 기타 의제들보다 동물권의 가치를 더 우위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동해물 활동을 지지해 주시는 분들에게서 동물당에 투표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았다. 기성 정당들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피로감을 가진 분들 중에서 투표를 하지 않거나 혹은 무효표 투표를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들 중에서, 동물 복지에 관심있는 분들을 공략해 '차라리 동물당에나 투표할까?' 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얘기가 조금 샐 수도 있다. 답변을 듣다 보니, 진중권 교수와 개고기 식용 반대론자 간의 유명한 토론 동영상이 생각났다. 동물을 사랑하더라도 주변에는 동물권 법제화 자체의 논리 부족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사실 진중권 교수의 논지 자체는 틀리지 않다. 그들의 말처럼, 반드시 개 식용 금지가 다른 동물들의 식용 금지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할 절대적인 논리는 없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이렇다. 어쨌든, 설득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지금의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소나 돼지보다 개를 친근하게 인식하는 비율이 높다. 그런 감수성과 인식적 측면에서 개 식용 금지를 먼저 주장하는 것이다. 또 법적으로 따져봐도, 개는 현재 축산법에서는 '가축'으로 취급하고 동물보호법에서는 '반려동물'로 취급하는 모순의 입장에 놓여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리얼미터 조사 결과 개 식용에 대한 여론 결과는 국민의 절반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질문을 개 식용 금지법의 제정에 관한 의견으로 바꾼 결과, 찬성 비율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그러나, 다시 개 식용 금지법이 아니라 개 도살 금지법으로 단어를 바꾼 결과, 법 제정에 찬성하는 사람이 다시 첫 여론 결과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개 식용은 싫어하지만 법제화는 반대하는 분들은 자유의 침해를 주장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식용 금지'에서 '도살 금지' 등의 단어의 사소한 전환이 인식의 전환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소수의 목소리를 전파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전략은 '연대'이다. 혹시 다른 환경 단체, 소수자 단체 등과의 연대나 접점 같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나?
"현재 인권운동단체들과 연대 중이다. 동물권 행진이 국내에는 없었는데, 재작년부터 실시해 올해 3년차에 접어들었다. 올해 동물권 행진은 인권재단 사람에서 운동을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인권재단 사람에서는 사회적 소수자와 관련된 날들을 지정하는데 올해부터 동물권의 목소리를 반영해 '종 차별 철폐의 날'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단순히 전략적 차원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물과 소수자 중 어떤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동해물은 동물해방 운동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연대의 확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동물권 운동이 인권 운동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동물은 현재 최약자의 위치다. 그래서 동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다른 약자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살인 범죄를 저지른 이들 중, 동물 학대를 먼저 저지른 범죄자의 비율이 높은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동물 학대에 대한 관심은 인간에 대한 범죄 예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연대를 통해 함께 이루려 한다."
- 만약 동물당 창당이라는 목표에 성공한다면, 한국 최초의 동물당만의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는 차별적 정책이 있을까. 예를 들어, 스페인 동물당의 투우 금지와 같은 것처럼 말이다.
"상투적이지만, 당연히 개 도살 금지 정책이 될 수 있겠다. 개를 먹는 국가는 중국과 한국 등 전세계적으로 몇 되지 않는다. 스페인의 동물당은 전통과 동물권의 관점을 함께 생각해서 투우 금지 정책을 관철하듯이, 한국 동물당만의 정체성은 한국의 전통 문화로 치부되는 개 식용에 대한 반대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동물해방 운동에서 어느 국가의 동물당만이 가지는 특색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보편적인 진행 과정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총선이라는 기존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향후 동해물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기존 방향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일단은 기관지 개설을 통해 담론을 형성하고 창당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사실 원내 진입 이전에 당이 하는 역할은 시민단체와 크게 다르지 않나. 대중과 함께하는 캠페인과 입법 운동에 집중하고자 한다. 또한, 작은 활동들도 여럿 계획 중이다. 지금 인터뷰를 진행 중인 책방 '풀무질'에서 한 달에 한번씩 동물보호 관련 책 읽기 모임을 올해 2월부터 시작했다. 오시는 분들 중에는, 책방 풀무질을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동해물 회원분들도 계신다. 아쉽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잠정적으로 중지인 상태다. 또한, 풀무질에서는 <비건세상 만들기> 라는 책을 이번에 번역해서 출판했고, 동해물에서 책 펀딩 홍보를 도왔다. 동물 보호 관련 외국 서적을 번역하는 것도 담론의 선순환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동해물 활동들에 관해서 많은 대중들의 관심이 모여, 우리가 목표한 결실을 하루 빨리 얻기를 희망한다.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 동물의 권리와 해방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선거법 개정을 통해 소수 정당들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던 시점이었기에, 창당 계획이 무산된 것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동물해방물결 단체는 더욱 진중하게 준비하며, 많은 활동과 캠페인을 계획 중이다.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한국에서도 동물의 복지와 권리를 주장하는 동물당을 하루 빨리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글 김현민 / 바람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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