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한 시민이 18세 투표자들을 격려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희훈
작년 11월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이 개정되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이 만 18세로 확대되었음이 선포된 후 군산의 많은 청소년들의 심장 떨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학생들의 학교 밖 활동을 지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만18세 이상 선거권을 인정한 거래. 우리가 애기냐? 대학생이 되는데도 선거를 못하면 말이 안 되지. 싸움만 하던 정치인들이 그것은 협동해서 잘 통과 시킨 것 같아. 코로나19만 아니면 우린 진짜 운이 좋은 건데...."
천번 만번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만 18세가 되면 운전면허증도 취득할 수 있고, 공무원시험도 응시할 수 있으며, 심지어 입대도 가능하다. 성인으로서 할 일을 다 할 수 있다고 증명한 제도들이 있는데도 막상 민주주의 국가를 구성하는 시민에게 권리와 의무를 대변하는 선거권이 없다면 말이 되는가. 소나 개도 웃을 일을 오랫동안 방치해온 사회이자 정치였다.
그 중에서 올해 갓 대학 신입생이 된 딸과 학생들은 작년 말부터 서서히 흘러나왔던 총선 얘기를 들으면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군산에는 어떤 사람이 현재 국회의원인지, 또 정당이 무엇인지 등을 묻곤 했다.
4월 15일 아침 6시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당연히 해야 할 일 중 첫째는 선거장으로 가는 것. 잠 자고 있던 딸을 불렀다.
"딸! 어젯밤 약속 기억하지? 오늘 새벽에 투표하기 말이야. 가자."
투표장으로 가는 길은 사방팔방으로 군산의 봄을 채색하는 '벗꽃'들의 인사로 가득했다. 하마터면 2년 뒤에 했을 뻔한 첫 투표를 오늘 하는 느낌이 어떤지 딸에게 물었다.
"넌 '선거'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어떤 거야?"
"당연히 '꼭 투표할 것'이지. 친구들한테도 무조건 해야 된다고 말했어."
"이번에 거리 다니면서 봤던 선거홍보 플래카드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그리고 왜?"
"뒤로 간 8년 앞으로 갈 OOO. 미래지향적인 자신감이 좋았어."
"네 생각에 정치인이란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첫째, 삶의 정직함, 둘째, 소신의 일관성, 셋째, 행동의 추진력이 중요해. 물론 내 생각이야."
"우리 삶에 정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니? 그렇다면 왜?"
"당연히 중요하지. 정치는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위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니까. 우리 세대는 엄마 세대보다 훨씬 더 빨리 세상을 알아가잖아. 그만큼 정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기도 당겨지고. 물론 바른 정치의 의미는 사람마다 주관과 이념의 차이가 있지만. 민주주의의 좋은 점이 뭐야. 당연히 그런 다양성을 서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 있지요."
누가 그런 허무맹랑한 주장을 했던가. 만18세의 청소년들은 선거권을 갖기에 어리다고, 생각과 판단이 미성숙하다고. 고등학생들이니까 기성세대들의 말에 쉽게 흔들린다고. 그냥 부모가 하라는 대로 따라 한다고.
아니었다. 딸만 해도 나와는 다른 생각, 다른 후보를 맘에 두고 있었다. 물론 딸을 인정했다. 그밖에도, 정치인은 반드시 정당을 가져야 되는지, 정치인의 학력은 중요한지, 정치인의 임기에 한계를 설정해야 되는지, 어떤 공약이 황당했는지 등을 묻고 답하며 투표장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이어서 투표장은 부산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예방 지침에 따라 자원봉사들께서 수고하셨다. 안내에 따라 선거부스가 있는 실내에 들어가서 나와 딸은 선거인명부에 써 있는 각자의 번호를 확인했다. 나는 624번 딸은 625번. 딸을 힐끗 보았다. 딸은 약간 긴장된 듯 두 볼이 빨갰고 주민등록증을 건네는 손 놀림은 신중했다.
오늘의 투표는 일회성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