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눈 속에서 피는 복수초는 봄의 전령사와 같은 꽃이다.
홍광석
뒤늦은 고백이지만, 암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먹으면 배설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맛으로 먹는 음식만 중요하다고 생각했지 먹는 음식과 암의 관계, 또 배설의 관계를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었다. 음식에 대한 조심성도 약했고 절제도 부족했다. 지금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음식도 가리지 않았다.
가끔 배탈이 나는 경우도 없지 않았으나 직장의 기능이나 인체에서 대장과 항문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함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직장암이라는 진단을 받고도 완치 후 배변 때문에 고통을 받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뒤늦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만 어쩌면 나의 무관심과 무지 속에서 직장암을 키웠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완치판정 후 4개월째 접어들었다. 지금도 나는 아무리 보기 좋고 귀한 음식, 설사 먹어서 탈이 없다는 음식일지라도 재발이 우려되는 음식을 식탁에서 과감하게 배제한다. 또 맛있는 음식, 영양가 있는 음식,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니라 우선 내 몸에 해가 되지 않는 음식과 여러 질병의 면역력을 기르는 데 좋다는 유익한 음식을 찾아 선택하고 나에게 탈이 없는지 시험하는 일을 중요한 과제로 삼는다.
이제 젊은 날 즐기던 반주와 완전히 멀어졌으며 맵고 짠 음식은 피하고, 또 유제품의 직접 섭취를 금하고 붉은 고기를 멀리할 것 등을 명심하고 있다. 탄수화물을 소식하고 제철 과일과 채소를 거르지 않으며 부드러운 음식, 생선과 해조류를 중시하는 식습관을 정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얻어진 체험을 통해 맵고 짠 음식, 시중에서 판매하는 유제품을 섭취하였을 경우 속에서 즉각 장이 반응하고 항문이 괴로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의로 권하는 경우도 사양하고 있다. 아마 음식 조심과 절제와 균형유지는 평생 마음에서 내려놓아서 안 되고, 또 양 손바닥에 새기고 가야 할 화두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돌발변수만 없으면 배변 횟수는 하루 5회 정도로 줄었다. 나를 민망하게 했던 변의 지림과 잦은 배변으로 남몰래 눈물을 찔끔거렸던 시간도 거의 잊고 산다. 그러면서 병의 치료와 정신적인 아픔의 치유에는 개인의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간의 기다림도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리라는 긍정하는 자세, 새로 먹는 음식과 배변의 상관관계를 관찰하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여긴다(조금은 궁상맞은 이야기지만 나는 지난 3년간 매일 변의 횟수와 시간을 실험의 결과처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