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여겼던 풍경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았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낯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할지 퍽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당황스럽다.
비단 개인뿐일까. 예상치 못한 재난에 여러 국가 또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기사를 통해 실시간으로 접하는 세계 각국의 확진자 숫자와 사망자 숫자에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이번에는 '어느 나라의 확진자 수가 앞섰네, 뒷섰네. 어느 나라가 대처를 잘하네, 못하네' 하는 순위 매김과 '이것이 모두 00때문이다'라는 식의 인종차별적인 책임 공방의 언급 가운데 마음이 함께 지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들여다보면 평소 '지구촌'이라는 명명이 헛헛할 만큼 여전히 우리는 민족국가 형태로 묶여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세계시민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해석의 층위가 있겠지만 이 동세계를 함께 살아가는 책임 있는 사회 일원을 뜻할 것이다. 세계시민교육 또한 그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가까운 이 세계 속에서 그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공감과 실천의 학습 영역이다.
그런 뜻에서 코로나19사태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했던 것이 무엇인지' 시사점을 던져 준다. 물론 공공의료시스템, 방역시스템 등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세계시민교육에서 말하는 '타인을 고려하는, 타인과 함께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마트에 사재기가 성행하고, 희소한 의료 품목을 얻기 위해 다툼이 일어나고, 요양원에서 고령 환자를 방치하는 사건들을 목도할 때 우리는 다시금 세계시민의 의미를 환기해 본다.
또한 역으로 노약자를 위해 자신의 의료 품목을 양도하는 모습, 바이러스 확진 지역에 자원하여 가는 의료인 및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역시 세계시민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코로나19사태는 이 세계가 얼마나 촘촘한 그물코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게 된 하나의 계기이다. 우리는 서로가 결코 무관하지 않게 이어져 있다. 또한 세계시민으로서 얼마나 공감대와 책임감이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최근 SNS를 살피다 우연히 이탈리아의 한 공동주택가를 촬영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주민들의 일부가 자신의 집 발코니에서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위기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기를 서로가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안드라 뚜또 베네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관중 하나 없이 텅 빈 거리 속 엇박자로 울리는 노래와 외침들이 이처럼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 어떠한 바이러스도 감히 침투할 수 없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존엄과 경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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