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당한(좌측) 박00씨가 목발을 짚고 물고기 밥을 주고 있습니다. (우측) 최상규 이장님도 시간이 나는 대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김종술
그때 주민들이 박씨의 손을 잡아줬습니다. 그 따뜻한 손에 그는 다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물리는 68가구 작은 산골 마을로 대다수 농가가 밤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어느 시골이 그렇듯 이곳도 고령화 마을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많아 마을회관에서 공동으로 식사를 합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쌀이며 채소는 마을 소유의 땅 1천 평에 농사를 지어서 얻습니다. 박씨는 주민들에게 받은 고마움을 잊지 않고 되돌려주기 위해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주민들이 먹을 채소에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면서 농작물을 가꾸고 있습니다.
최상규 이장은 "박씨와 친척이라 먼저 나서지 못했어요. 처음 마을 주민과 대화하면서 사연을 말했더니 '어려운 사람이라면 당연히 우리가 도와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서 선뜻 50만 원을 내놓았어요. 주민들과 상의 끝에 동네 회의 안건에 올렸는데 그 자리에서부터 모금이 시작되었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 이장은 "어르신들이 5만 원, 10만 원 쌈짓돈을 내놓기 시작했고 사고 당사자에게 준 위로금을 빼고 들어온 돈만 총 715만 원이었어요. 얼마나 고마운지 말도 못 할 정도였죠. 다들 어려운 형편이고 시골 노인들이라 돈도 없을 텐데 이렇게 모을 수 있다는 것이 기적이었습니다. 의족에 들어간 800만 원 전부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것입니다. 요즘 (박씨가) 의족을 하고 목발을 짚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라며 웃었습니다.
옆에 있던 이종선 부녀회장도 거들었습니다.
"시골은 나이 많은 노인들이 거주하다 보니 전기, 수도 등 잔고장이 많습니다. 고장이 날 때마다 총무님이 밤낮으로 달려와 수리를 해줍니다. 그런 성품이 사람들을 감동하게 한 것 같아요. 시골이 삭막하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곳은 사람 냄새 풍기며 함께 살아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