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제목에 담긴 우리의 옛 이야기

[서평] 소설 '세빌리아 이발사의 모자'

등록 2020.05.25 16:10수정 2020.05.2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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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빌리아 이발사의 모자 표지 (사진 = 출판사 CPN)
세빌리아 이발사의 모자 표지 (사진 = 출판사 CPN)(주) 씨피엔
 
소설 <세빌리아 이발사의 모자>가 1998년도 처음 출간된 후, 2020년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제목만 보면 오페라 '세빌리아 이발사'를 본 따 만든 서양식 희곡을 떠올릴 수 있지만, 내용은 607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묘사된 이발사에 대한 것이다.


주인공인 소년 김대성은 상상력이 매우 풍부한 아이로 묘사된다. 그림을 그리는 것을 사랑하고 주변 인물들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때로는 어른들은 상상도 못한 엉뚱한 생각으로 우리를 웃게 한다.

서술되는 공간 역시 김대성의 마을에 국한되어 있지만, 그 속에서 6070세대의 어린 시절과 세빌리아 이발사 아저씨를 통해 전쟁이 남긴 후유증을 표현했다.

책 서문에서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어른 동화'라고 묘사되어 있다. 막상 책의 마지막까지 읽고 덮으면 어린 아이의 시각에서 묘사된 상황을 보는 어른 독자들은 또 다른 시각으로서 소설을 이해하게 된다.

'열사병'을 무서워해 모자를 사 달라 조르는 모습, 수박서리를 하다 들켜 매번 혼나면서도 멈추지 않는 모습, 매서운 빗속에서 세빌리아 이발사를 바라보던 모습, 마지막 편지를 통해 비밀을 알게 되는 모습 등 사건들이 촘촘하게 모여들면서 서술되는 상황은 마음에 강하게 남는 슬픈 동화로 남는다.

260페이지에 담긴 어른을 위한 동화. 누군가는 현실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러기에 여운을 남기는 동화가 아닐까.
#세빌리아이발사의모자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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