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발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주리
물론, 코로나19는 우리가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편한 부분을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이겨내야 한다. 그렇지만, 대학과 학생들의 2020년 1학기가 이렇게 좌충우돌이 된 데에는 온라인 수업이 대면 수업보다 못하다는 잘못된 전제가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첫째 주 온라인 수업을 할 때만 하더라도, 대면 수업 시간에 온라인으로 수업한 내용을 한 번 더 리뷰해 주시겠다던 교수님들이 많았다. 심지어 보강을 잡아 대면 수업으로 다시 해주시겠다는 교수님도 계셨다. 학창 시절에 대면 수업을 듣고, EBS 강의를 선택적으로 활용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온라인 수업을 학생들이 제대로 들을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수업당 과제가 한 개씩 나왔다. 일주일에 수업이 10개라고 생각하면, 매주 10개의 과제를 해야 했다. 과제는 공부를 위한 것보다는 강의를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무의미한 과제들이 대다수였다. 예를 들면, 수업 시간에 알려준 문구를 수기로 적어서 스캔을 떠서 제출하라는 식이었다.
할 거면 '제대로' 해봅시다
1020 세대는 대면 수업 못지않게 온라인 수업이 익숙한 세대다. 고등학교 때부터 학교 수업 못지않게 온라인 수업을 열심히 들어왔다. 토익이나 공무원 시험까지 학원을 가기보다는, 온라인 수업을 택한다. 듣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대면 수업보다 큰 성과를 얻은 지도 오래됐다. 언젠가부터 수능, 토익, 공무원 합격 수기에서 '집 근처 독서실에서 사이버 강의를 꾸준히 들었어요'라는 말이 놀랍지 않은 시대다.
이번 코로나19와 교육부의 공지사항을 보면서 온라인 강의가 대면 수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교육격차가 나타난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컴퓨터가 귀한 집은 아직도 많다. 또 맞벌이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 또한 없다. 또한 유튜브 앞에서 아이들의 제어력이 바닥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대면 수업도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대면 수업 시간에도 자거나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은 있었고, 커닝 문제도 있었다.
대면 수업이 온라인 수업보다 더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대면 수업의 한계와 문제점을 꾸준히 인식하고 그에 맞는 해결 방법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제대일 방법을 오랜 시간 찾고 실행해왔다.로 된 평가 기준을 고민하고, 커닝에 맞서 감독관을 늘리고, 수업 시간 집중도를 높일 방법을 오랜 시간 찾고 실행해왔다.
바이러스로 인한 사이버 시대를 맞아 우리는 온라인 강의의 문제점을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 통학시간이 사라지면서 수업을 한 번 듣고, 두 번 듣고, 세 번 들어도 시간이 있다. 인강으로 들으니 이해가 안 될 때 멈춰놓고 들을 수 있어 수업 때 놓치는 부분이 적어진다. 또 이해가 안 돼서 어려운 부분은 쪽지를 통해 교수님께 질문할 수도 있다.
이번 학기에는 SNS를 이용해 조별 과제도 했다. 집에서도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어플이 많이 나와 있다. 발전된 기술을 활용해서 온라인으로 모여 발표 수업도 했다. 발표는 집에서 혼자 발표 영상을 찍어서 교수님께 보내면, 교수님이 같은 반 학우들의 발표 영상을 모아 한 번에 올려주신다. 그럼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도 대면 수업을 듣는 것처럼 효과적인 발표 수업이 가능했다.
대면 수업 전에 한시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활용한다는 생각보다, 온라인 강의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접근해보면 어떨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하고, 해결 방법에 대해 같이 이야기해보고, 실행해서 매뉴얼을 만들 차례다. 대면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강의가 온라인 강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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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이 대면 수업보다 그렇게 별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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