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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교회의 미래

전염병과 교회의 적응... 온라인 목회, 새로운 세상의 도래

등록 2020.06.08 15:11수정 2020.06.0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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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제주도로 단체 여행을 다녀온 교회 목사인 A씨 가족 7명 중 초등학생을 포함한 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31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양지초등학교에서 해당 학생과 접촉한 교직원 및 학생 등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함께 제주도로 단체 여행을 다녀온 교회 목사인 A씨 가족 7명 중 초등학생을 포함한 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31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양지초등학교에서 해당 학생과 접촉한 교직원 및 학생 등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연합뉴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인 전염병으로 퍼져나가면서 흔히 흑사병과 대비된다. 그러면서 코로나19도 흑사병만큼이나 정치, 경제, 문화를 크게 바꾸는 데에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이야기하는 이들도 많다. 사실 십자군 전쟁과 더불어 흑사병이 종교개혁의 근원적인 단초를 제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종교개혁의 직접적인 원인은 교회의 부패와 그에 대한 일반 백성의 염증이었지만 말이다.

상황이 변하면 교회도 변해왔다. 교회도 유기체와 같아서 적응을 해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진리는 변함없지만 그 진리를 보존하고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교회는 사실 그 도구에 불과한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여 다시금 교회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아직 코로나19 전염병이 진행 중인 것이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사회는 그 이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교회도 이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교회, 정확히는 교회 건물이 신자들의 신앙생활의 중심이 되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삶 자체가 그들의 신앙생활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나타난 것이다.

최근 우리신학연구소(우신연)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공동으로 진행한 '팬데믹 시대의 신앙실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워크숍이 진행됐다. 이 설문조사는 2020년 5월 10일부터 20일까지 가톨릭 신자 6074명, 수도자 438명, 사제 134명 등 총 6646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이 조사 결과에서 흥미를 끄는 것은 비교적 열심히 본당 활동을 하는 신자들 가운데 주일미사에 참석하는 것의 의무감을 덜 느끼게 되었다는 대답을 한 비율이 30-40%나 나왔다는 사실이다.

더욱 흥미를 끄는 것은 '신자와 성직자 모두 성당 중심의 신앙생활에서 일상 중심의 신앙실천으로 의식과 구조를 변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주제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신자의 40%, 성직자 52%가 이에 동조한 것이다. 사실 성당 중심, 정확히는 특정한 교회 건물에서 이루어지는 행위, 곧 미사와 단체 활동이 신자들의 신앙생활의 전부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가져온 것이다.

사실 과거 교회는 세속 사회에서 '타락한' 인간을 성화시키는 특별히 거룩한 장소로 여겨졌다. 주일에 교회 건물에 모이는 이유도 바로 세속을 떠나 교회라는 특별한 장소와 주일이라는 특별한 시간에 일시적이나마 거룩함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우 두 달 여 교회 건물을 찾지 않으면서도 그러한 거룩함을 계속 찾는 노력을 하면서 신자들은 이제 신과 신성을 찾는 일이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는 소셜미디어의 발달이 큰 역할을 하였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서도 미사 참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알려진 것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통한 예배의 중계에 더하여 온라인 미사나 예배도 이미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것으로 현장의 미사나 예배를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교회 건물은 성전으로 군림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교회가 오히려 전염병 확산의 자리가 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치적, 사회적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교회가 정부 정책에 협력을 하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세속사회의 압력으로 거룩한 교회의 직무, 그것도 가장 중요한 미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는 과거 흑사병 시대에 비해 볼 때 놀라운 변화이다.

1347년부터 1353년까지 단 6년 만에 유럽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거의 2500만 명이 사망한 흑사병으로 신부만이 아니라 고위 성직자마저도 죽었다. 그것도 성당 안에서. 그리고 주변의 깊은 신앙을 지닌 신자들도 무차별적으로 흑사병에 걸려 죽어나갔다. 그럼에도 교회는 미사를 지속하였고 신자들에게 흑사병이 하느님의 심판이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하느님의 심판을 핑계로 인종차별을 포함한 비신자들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당시 유대인들은 외부 접촉을 차단하고 위생에 철저하여 비교적 흑사병 감염률이 적었다. 오늘날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그들은 이미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유대인들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증오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그래서 많은 유대인들이 흑사병에 안 걸리고도 죽어갔다.


그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계속 신자들의 더 깊고 강한 회개만 강조하였다. 그래서 회개를 업으로 삼는 이들, 이른바 '채찍질 고행단(Falgellants)'이 크게 활개를 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본래 이들은 유럽 대륙에 대기근에 시달리던 1259년에 처음 등장했으나 흑사병 시기에 그들의 활동이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 교회는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성적인 대처를 하기 보다는 미신과 극단이 판치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종교개혁 시기에도 흑사병은 여전히 발병하였다. 종교개혁가인 루터는 흑사병으로 동생을 둘이나 잃었다. 또 다른 열성적인 종교개혁가인 츠빙글리는 자신이 흑사병에 걸려 죽다 살아났다.

다행히 2020년 교회는 대체적으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한국과 미국의 일부 개신교 성직자들은 이 질병이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교회들은 예배와 미사를 통제하고 있다. 심지어 신천지와 같은 강력한 폐쇄적 종교집단조차도 코로나19 감염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사회적 비난 앞에서 굴복하고 마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성 교회들은 대중매체뿐만 아니라 인터넷 매체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서 여의도 순복음 교회에서는 온라인 목회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19 사태로 맞이한 새로운 상황에 교회가 적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더해졌다. 단순히 주일예배를 중계하는 것만이 아니라 신자들의 성경공부, 구역예배, 심방도 유튜브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여의도 순복음 교회를 비롯하여 많은 교회는 이미 대중매체를 이용한 예배를 진행해 왔다. 그런데 이제 뉴미디어의 마당인 온라인에서도 예배를 포함한 목회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인터넷이 확산되기 이전 대중매체를 이용한 목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행해져왔다.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했던 인사가 바로 가톨릭 교회의 쉰 대주교(Fulton J. Sheen, 1895-1979)였다. 1952년부터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Life Is Worth Living)>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미국의 타임지(TIME)로부터 초대 텔리반젤리스트라(Televangelist, 텔레비전 전도사)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텔리반젤리스트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이는 개신교의 빌리 그레엄 목사(William Franklin Graham Jr., 1918-2018)이다. 미국의 슐러 목사(Robert Harold Schuller, 1926-2015)도 개신교 계열에서 매우 유명했던 인물에 속한다. 특히 슐러 목사는 오늘날 개신교의 병폐로 지적되는 대형교회, 성공주의, 물질주의의 상징처럼 된 '수정성전(Crystal Cathedral)'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온라인 목회는 단순히 이러한 텔리반젤리스트의 계보를 잇는 것만이 아니다. 기존의 텔리반젤리스트는 기존의 대중매체의 방송 기간을 거금을 들여 사서 '사업'을 해왔다. 기부금을 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여러 물건을 직접 팔기도 하면서 일부 텔리반젤리스트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통하여 이른바 '성공한'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였다. 앞에서 말한 슐러 목사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는 1977년 당시 2600만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수정성전을 지었다. 여기에서 그는 매주 <권능의 시간(Hour of Power)>이라는 텔레비전 방송을 진행하면서 성공주의 신화를 설파하였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물건을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기도 하였다. 그가 스스로 말한 대로 교회는 그 '하느님을 찾는 쇼핑센터'였다. 이 쇼핑센터에서 교회는 구원보다는 기적적 치료와 상품을 팔았고 신자들은 세속적 부와 행복을 찾았다. 그러나 결국 슐러 목사의 대형교회도 후계자 다툼으로 촉발된 위기로 2010년 파산하여 교회 소속 부동산이 모두 가톨릭교회에 팔렸다.

기독교의 선교에 커다란 파급 효과를 가져왔던 텔레반젤리스트들의 물질주의와 부패로 이들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하여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넷이 커뮤니케이션 세계를 지배하고 소셜미디어가 좀 더 강력한 의사소통매체가 되면서 교회도 온라인에서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교회는 소셜미디어에서 과거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와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교회가 인터넷에 적합하지 않은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최대의 특징은 쌍방성이다. 그러나 교회는 그 탄생부터 일방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는 기관이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진리를, 그것도 배타적인 진리를 무지한 이방인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였다. 이러한 구조에서 교회와 이방인 사이에는 쌍방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 이방인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을 뿐이었다. 그 진리를 믿든지 아니면 신을 모르고 구원을 받지 못하는 불쌍한 존재가 될 뿐이었던 것이다.

인터넷에서도 성경에 관한 토론을 위한 장이 마련되었지만 근본적으로 이는 교회에 매우 낯선 환경이다. 교회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진리를 설득력 있게 그러나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만 익숙해왔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한 예배의 중계는 과거 라디오와 텔레비전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없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이들은 피동적인 시청자가 아니다. 모든 인터넷사용자는 정보의 수용자이자 전달자이며 나아가 생산자이다. 그리고 근대 이후, 특히 슐라이어마허(Friedrich Schleiermacher, 1768–1834)와 같은 역사비평적 성경 해석학자들의 등장 이후 신앙이 신과 인간 개인의 직접적인 만남의 경험으로 이해되는 상황에서 쌍방향 대화의 매체인 인터넷의 등장은 교회의 일방적 진리 전달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교회 건물만이 아니라 추상적인 교계제도마저도 이제는 더 이상 신앙생활의 중심이 아니며 여러 도구 가운데 하나가 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는 그러한 미래를 좀 더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생존을 위하여 일방성이 아니라 쌍방성을 위한 체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기독교 #온라인 목회 #교회의 미래 #흑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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