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엄벌, 2차가해 중단"전국의 290여개 여성단체가 9일 부산시청 앞에 모여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 해결을 외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를 공식 출범했다.
김보성
여성단체들로 구성된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인 A씨의 3차 입장문을 발표했다.
A씨는 '정치적 공방' 등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논란과 자신을 향한 2차 가해를 언급하며 답답함을 토로하며 2차 가해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죄자는 마땅한 처벌을 받고, 자신은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차, 2차에 이어 A씨의 3차 입장문 전문도 공개한다.
저는 이번 사건이 기존의 미투 운동과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방의 여지 없이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가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너무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저를 보호하겠다는 정치권과 시청의 언론브리핑은 넘치는데, 도움은커녕 병원비 지원 등과 같은 최소한의 부탁도 모두 확답받지 못한 채 혼자 멍하게 누워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도 참 이상합니다. 한쪽에서는 고맙다며 잔 다르크로 추앙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왜 선거 전에 밝히지 않았냐며 저를 욕합니다. 그런 글들을 읽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다가도, 한편으로는 선거 후에 밝혀진 것이 정말 다행이다 싶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욕을 듣는데, 선거 전이었다면 어땠을지 끔찍합니다.
제 사지를 찢어 불태워 죽이겠다는 분을 비롯해 이번 사건을 음란물 소재로 이용한 분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사퇴 시기와 연관 지어 제게 무슨 음모가 있었다고 의심하시는 듯한데, 오 전 시장이 총선 일주일 전 저에게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제가 제일 궁금합니다.
이번 사건은 '아쉽다', '고맙다' 등의 평을 들을 일이 아닙니다. 오거돈 전 시장의 강제추행입니다.
범죄자는 마땅한 처벌을 받고, 저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습니다. 더 바라도 된다면, 지난 2달 여간 지켜본 블랙코미디 같은 일들이 이 사회에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고, 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잘못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안은 짐이 너무나 큽니다. 많이 무섭고 또 부담스럽지만, 함께 해주시는 분들을 믿고 하나하나 헤쳐 가려 합니다. 대다수가 분노하는 그 지점에 사회 최후의 보루인 법원에서도 의견을 같이해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저는 정말 인복도 많고 운도 좋은 사람이라는 용기를 얻습니다. 열심히 치료받고, 보란 듯이 더 씩씩하게 살겠습니다. 부족한 어휘력으로는 미처 다 표현 못 할 만큼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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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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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오거돈 강제추행 피해자, 2차가해 고소 "평범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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