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통로 게시판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피해자를 지지하는 대자보와 메모들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민주당은 여전히 '부동산 대책'을 투기 세력과의 전쟁으로, '인국공 사태'를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으로, '박원순 사건'을 여전히 한 동료의 죽음으로만 생각하고 대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멈출 줄 모르는 집값은 이른바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인구 이동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완전히 해소될 수 없는 문제다. 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비싼 집 사는 게 죄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옳다고 생각한다. 살기 좋은 곳의 집값은 당연히 비싸기 마련인데 그곳에 사는 것 자체는 죄가 될 수 없다. 문제는 그 '살기 좋은 곳'이 대한민국 국토의 약 12%에만 해당하는 수도권이라는 점이며, 그 좁은 땅에 우리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쯤 되면 쉐어하우스나 소형 주택에 청년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진정으로 좁은 집이 좋아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정치인들이 설마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청년들은 그저 집을 살 돈이 없을 뿐이다. 더욱이 지방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은 자신이 태어난 지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만 있다면 굳이 서울에 올라와 그 비싼 집값과 물가를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상징적' 차원에서 접근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실용적' 계획을 수립하는 것부터 민주당은 시작해야 한다. 그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부동산 문제를 바라봤는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는 정말 일부 보수언론의 가짜뉴스로 촉발된 것이라고만 치부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이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계급화된 노동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대체 얼마나 노력했는가? 2016년에 구의역에서 '김군'이 우리 곁을 떠났고, 2018년에는 태안에서 김용균씨가 세상을 등졌으며, 올해 4월에는 이천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민주당은 우리 사회가 노동자들의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기는커녕 기본적인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워해야만 한다.
게다가 비록 이러한 계급화가 부당하다고는 한들 그래도 잘살아 보겠다고 열심히 스펙을 쌓아 좋은 직장에 자리 잡은 청년들의 노력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1997년의 IMF 사태 또는 그 이전부터 등장하고 있었던 비정규직이라는 노동구조는 절대로 2030 세대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민주당의 어떤 정치인이 "조금 더 배웠다고 임금 2배 더 받는 게 불공정하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정말로 청년들의 처지를 하나도 헤아리지 못한 발언이지 않은가? 참된 정치인이라면 어떻게 학벌 구조를 타파하고 노동의 계급화를 무너뜨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바른 자세이지, 현실 속에서 정당하게 자신의 위치를 차지한 청년들의 뼈를 깎는 노력 자체를 헐뜯어서는 곤란하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에 대처하고 있는 집권 세력의 태도는 또한 얼마나 옹졸했던가? 피해자를 '피해 고소인'이라고 부르다가 마지못해 표현을 고치고,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박원순 시장 사망 이후 2주일가량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다가 23일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안희정, 오거돈 그리고 박원순마저 권력형 성범죄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마당임에도 민주당은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여성들의 공감을 얻을 구체적인 대책과 방안을 실행한 적이 있었는가? 민주당이 주장했던 페미니즘은 모든 사회 구성원의 평등함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특권만을 이야기 한 것이었는가? 그저 조화와 조문을 통해 다시 한번 집권층을 단결시키는 정치적 기회가 마련된 것일 뿐이었나?
더 나아가 공당의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는 '무공천 규정'까지 바꾸면서 내년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공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민주당 주류의 대세라는 사실은 나를 경악하게 한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부터 평등, 공정, 그리고 정의를 내세웠던 정당이 자신들 스스로가 약속한 규정을 어기려고 하는 것은 아무리 정무적인 판단이라고 한들 공정과 정의를 진정으로 요구하는 2030 세대에 무슨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자신들의 잘못은 명백히 책임지지 않으려 하면서 어찌하여 청년들에게 그러한 가치를 내세울 수 있다는 말인가?
청년들이 바라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