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영 큐레이터의 전시 설명글전시회의 설명글은 친절한 안내지도이지만, 어쩌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
원동업
전시장에 가면 작품보다 먼저 글귀가 눈에 띈다. 어떤 이에게 그건 '스포일러'같을 수도 있다. 자신만의 오롯한 감상을 방해하고, 마치 '인셉션'처럼, 심겨진 언어대로 작품들을 대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러자고 작품 해설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건 주장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이며, 생각이 여러모로 뻗을 때 한 잣대로 삼으면 될 뿐이다. 마치 연못에 던지는 돌처럼 '파장'을 일으키는 첫 생각이기도 하다. 한국공예디자인재단(KCDF)의 오가영 큐레이터는 박성욱 작가 전시를 '어우러짐'에 대한 관심으로 갈무리했다.
"저희 재단은 올해까지 3년 차로 공모된 공예디자인 작가들의 전시를 지원해 왔어요. 누적해 서른여덟 건의 신진, 개인, 단체전을 열었죠. 박 작가님 전시는 6월로 계획돼 있었다가 코로나19로 인해 한달반 정도 늦춰졌죠. 그 시간 동안 병(甁) 작업을 조금 더 하셨죠. '어우러짐'이란 말을 생각한 건 '다구, 항아리, 병, 편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작가의 작업을 어떻게 하면 모두 담을 수 있지?'라는 고민의 반영이었어요. 완성도 높은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편과 병들을 모으고, 이곳 전시장의 배경까지 어우러져 '꽝'하고 드러나는 전시라고 생각했어요." - 한국공예디자이재단 큐레이터 오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