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노원구의 한 부동산에 전월세, 매매 매물 안내문이 써붙어 있다.
연합뉴스
1가구 1주택을 적극 권장하고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보면 기시감이 인다. 2002년 미국 공화당 부시 대통령이 천명했던 오너십 소사이어티, 모든 사람이 자기 집을 가지는 소유자 사회가 떠오른다. 다주택자를 억누르지만 1주택을 권장하는 정부·여당의 정책과 부시 정부의 오너십 소사이어티는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부시 대통령의 모든 사람이 자기 집을 가지는 소유자 사회 정책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금융위기로 막을 내렸다. 2000년대 초반 저금리와 파격적인 대출완화 정책 및 파생상품 등 금융기법의 발달이 만들어낸 유동성 과잉과 맞물린 탓이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역시 소유자 사회와 비슷한 구상을 한 바 있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쓴 <아파트 공화국>은 서구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독특한 현상인 아파트가 주류 주거문화가 된 원인에 대해 정치적·역사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발레리 줄레조는 정치적 기반이 불안정한 박정희 대통령이 자산을 가진 대규모 중산층을 만들어 자신의 정치적 지지층을 만들려는 전략 속에서 빠른 속도로 획일화된 대단지 아파트를 공급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박정희 정권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택지공급을 해주고 대형 건설사에게 막대한 이윤 보장을 해줬다.
현재 47~48% 수준인 서울의 자가보유율이 70%로 높아진다고 가정해보자. 1주택자가 대폭 늘어나면 부동산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 추진에 탄력을 받을까. 그렇지 않다. 집이라는 자산을 중심으로 이해관계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선진화의 필수조건인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후진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절반도 되지 않는 보유세 실효세율과 거래를 가로막는 양도세, 취·등록세의 중과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내 집 소유자가 많아질수록 보유세 강화에 대한 정치적 저항은 클 수밖에 없다. 1주택자든, 다주택자든 보유세 완화를 주장하는 정치세력을 더 지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위기에 취약한 대출 받아 산 집
민간임대주택 양성화를 목표로 다주택자들을 좋게 설득하려다 실패한 정부는 돌연 다주택자들을 만악의 근원으로 취급하며 표정을 바꾸었다. 다주택자를 부동산폭등의 원흉으로 몰기 위해서는 선한 롤모델이 있어야 하기에 1주택자를 선한 롤모델로 상정하였다. 문제는 모두가 1주택자가 될 수도 없을뿐더러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과도한 대출을 당겨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경제위기에 매우 취약해진다는 점이다.
정책의 방향은 1주택자 양성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 선진화와 주거안정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1주택자가 가져가는 토지불로소득은 용인해주고, 다주택자가 가져가는 토지불로소득은 환수하는 방식으로는 미국처럼 실효세율 1% 수준의 보유세를 이루어내기는 불가능하다.
정부·여당의 의도는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다주택자를 만악의 근원으로 몰고 1가구1주택에 대한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 기조는 결과적으로 부시 정부의 소유자 사회의 결말과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은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격차가 매우 벌어진 상태이다. 전 세계 어디 한 곳에서 악재가 터지면 국경을 불문하고 도미노처럼 자산시장의 거품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급격한 경기침체가 온다면 과도한 대출로 내 집 마련을 한 1주택 실수요자들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1주택을 권장하는 정부·여당의 프레임이 위험한 이유이다.
1주택이든, 다주택이든 미국 수준으로 부동산 시가의 1% 수준의 보유세나, 더 정확히는 토지사용 대가인 지대를 토지보유세로 공공이 환수한다면 주택가격에 과도한 거품이 끼지 않는다. 토지보유세가 해당 땅에서 얻을 수 있는 지대 수준으로 높아진다면 다주택자들도 투기목적으로 주택을 더 매입하기는 쉽지 않다.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들도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자신의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사지 않는다.
다주택자의 주택 매입 수요도 낮아지고, 무주택자의 주택 매입 수요도 낮아지고, 임차인보호제도 강화로 세입자의 안정적인 주거기간이 보장되면 자연스레 주택가격은 안정된다. 주택가격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 시장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양도세, 취·등록세는 낮추면서 부동산시장도 선진화하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정부·여당은 집값을 잡기 위해 무리하게 '다주택자 마녀사냥, 1주택자 권장' 프레임을 설정할 필요가 없다. 지대추구 근절과 주거안정을 목표로 두고 정책을 펼친다면 자연스레 집값 안정 및 부동산시장 선진화, 건강한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바깥에서 어떤 대외변수가 터져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졌다는 소식은 불길한 징조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에 취약한 체질이 될지, 건강한 체질이 될지는 부동산정책 철학과 프레임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
토지불로소득 없고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공유하기
1주택엔 파격 혜택 준다는 정부, 방향 잘못 잡았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