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량컵 '홉'무게를 다는 가장 작은 단위인 '홉'
처음 가게를 시작할때부터의 세월을 그대로 간직한 나무 계량컵이고 당시의 눈금자로 사용했던 줄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박미혜
시절이 시절인지라 되나 말로도 쌀을 살 수 없는 이들이 찾았던 '홉' 계량컵이었다.
자세히 쳐다보면 홉 겉면에 줄이 그어져 있다. 눈금으로 쓰였던 흔적이다. 나무 계량은 눈금을 그어놓고 무게를 달고 장사를 하지만, 속임수가 많아 그 이후에는 쇠로 만든 바가지로 바뀌었다고 한다.
계량의 단위도 커져서 '되'나 '말'로 사가는 손님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홉'은 가게를 지키고 있다. 아마도 부모님의 뜻을 지키고 싶은 주인 따님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무게를 달아 파는 장사를 하는 사람은 눈금을 속이면 안 된다는 진심 말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정이 없다는 말도 있고, 더더욱 시장은 드센 이들이 많아 삶의 치열한 전쟁터라고들 한다. 어시장도 큰 위기를 겪었던 때가 있는데, 바로 태풍 '매미' 때였다.
시장 대다수 점포가 물에 잠기고 수해로 인해 온통 쓰레기로 가득했다고 한다. 그런 시장을 상인들이 발 벗고 나서서 지게차로 쓰레기를 치웠다고 한다. 또한 내 가게, 남의 가게 할 것 없이 손수 쓸고 닦으며 쓰레기들을 치우고 그 이튿날부터 새 물건을 넣고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서로 표현을 안 하지만, 묵묵히 쓰레기를 정리하며 수해로 엉망이 된 마음을 위로해 준 것이다. 그래서 경상도는 속정이 깊다고 이야기를 해주신다. 투박하고 무뚝뚝한 한 마디지만 그 속에는 너나를 따지지 않는 마음 쓰임이 있다며 웃으신다.
마산 어시장은 다른 지역의 대표 시장처럼 요란하지 않다. 하지만 새벽부터 점포를 열고 장사를 하는 나부터가 남의 손을 바라지 않고, 성실히 내 일과 내 가정을 지키며 묵묵히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하신다.
시장의 모든 이들이 다 같은 마음으로 '어시장 지킴이'를 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신다. 큰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아침이며 일하러 나올 수 있는 곳이 있음에 감사하고, 그런 점포를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 때문에 오늘도 이렇게 자리를 지킨단다. 지나가는 상인들과 손님께 인사를 건네는 사장님을 보면서 푸근한 엄마 같은 정을 느끼고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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