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4일 오후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해외명품 대전 행사장'에서 고객들이 계산을 위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명품을 자랑하는 SNS나 동영상 플랫폼에 자주 언급되는 단어인 플렉스(Flex, 힙합에서 유래된 사치품을 자랑하며 부를 과시하는 것), 하울(Haul, 매장에 있는 제품을 쓸어 담듯이 사는 것), 언박싱(Unboxing, 구매한 제품 상자를 뜯어보는 것) 등에서 보듯 10대의 과시형 명품 소비는 자칫 또래 집단 내 위화감 조성, 따돌림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 같은 명품을 가진 친구끼리 몰려다니는 '명품팸'에 들어가기 위해 무리하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부모와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자주 들려온다. 유행에 민감한 10대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중고생 부모인 X세대들도 당시 '메이커'라고 말하던 브랜드에 관심이 많았다.
명품과 10대, 그때도 그랬지
교복 자율화 시대였던 80년대 말, 내 고등학생 남동생은 라코OO 양말에서 브랜드 로고인 악어 문양을 오려내서 웃옷에 붙였다. "메이커가 그렇게 중요하냐"며 비웃었지만, 대학생이던 나 역시 당시 고가였던 게O 데님 가방이 부러웠다. 도서관 매점 벽에는 자리 맡으려 놓아둔 '게O 가방을 가져간 사람은 자수하라'는 벽보가 자주 붙었다.
우리 또래에서 명품이 대중화 되었다고 느낀 것은 2000년대 중반, 학부모 모임에 갔을 때였다. 엄마들이 하나씩 메고 온 명품 가방은 백화점 쇼윈도 같았다. 명품 가방의 브랜드와 가격으로 그 집의 부를 가늠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한번은 모임에 들고 온 가방이 가짜 같다는 소문이 본인의 귀에 들어가자, 소문의 근원지를 역으로 물어물어 찾아내서 싸움이 벌어진 일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헛웃음이 나는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당사자는 비싼 명품을 몰라주니 억울했을지도 모른다.
부모 세대의 명품 소비를 가까이서 본 10대들의 명품 소비는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했다.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예민한 시기에 주목받고 싶고,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고 싶은 마음이 명품 소비로 왜곡되어 나타난 것이 아닐까.
그동안 이런저런 명품을 샀던 나는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랴 싶다. 예전엔 "명품 가방은 대를 물린다"며 구매를 합리화하곤 했다. 당연히 명품도 낡는다. 낡지 않았다면 아끼느라 자주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명품 브랜드에서 수익 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유행을 만들어 낸다. 유행이 지난 가방은 들기가 애매해진다. 정리하려고 해도 비싼 가격을 생각하면 버릴 수도 없다.
어떤 엄마가 어떤 명품을 들었나 눈여겨 보고 얼마 짜리인지 찾아보는 것도 철없던 한때였다. 해외여행은 면세점에서 명품 가방을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며 싸게 샀다고 좋아하던 속없는 시절도 한때였다. 지금은 모임 끝나고 돌아갈 때면 지인들이 들고 온 가방의 브랜드는커녕 어떤 색깔과 모양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개인의 필요와 취향 문제지만 걱정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