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악수지난 7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개원식 연설을 마친 뒤 차담회에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수회담은 기본적으로 야당 대표에게 유리한 테이블이다. 야당 대표는 입법부 주요 구성원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입법부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여당 대표가 아니라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1:1 회동을 하면, 상대적으로 본인과 대통령이 비슷한 격으로 보이게 된다.
과거 여러차례 영수회담은, 막힌 정국의 물꼬를 틀면서 정치 혼란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이었던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의 영수회담이 대표적이다. 당시 의약분업 전면실시를 앞두고 의료계가 공동행동에 들어가며 정국이 혼란스러울 때였다. IMF 이후 공적자금 투입 뿐만 아니라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를 위한 추가경정예산도 시급했다. 성사된 영수회담에서 이회창 총재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할 말을 빼곡하게 준비해갔고, 두 사람은 여러 문제를 일괄적으로 타결하는 성과를 마련했다.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야당 대표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경우도 있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후반기였던 2005년,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두 사람은 경제 문제 등 정국 현안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눴으나 별다른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 등을 제안하며 얽힌 실타래를 풀려고 했지만, 박근혜 당시 대표는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결과적으로 정치인 박근혜의 위상만 조명됐다.
그런데 왜 김종인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 흔쾌히 나서지 않는 것일까? 모든 영수회담이 항상 야당 대표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탈권위주의 사회가 도래하고, 1인 대표 중심의 정당 구조도 와해되면서 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만나는 것만으로 정치적 후광을 누리기는 어려운 구조가 됐다. 야당 대표가 빈손으로 돌아올 경우 당내외에서 '역풍'을 맞아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생겼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거센 비판에 시달렸던 게 대표적인 예다. 당시 저축은행 사태, 한진중공업 사태, 대학 등록금 관련 집회 등 사회 각계에서 갈등과 혼란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영수회담이 별다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 채 끝나자, 야당 대표를 향한 힐난이 쏟아졌다. '이명박 정권의 민생문제에 면죄부만 줬다'라며 '우거지국만 얻어먹고 왔느냐'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대두됐던 것. 이후 손학규 대표의 정치 여정을 보더라도, 당시 영수회담의 실패는 개인적으로나 당으로나 하나의 분기점으로 평가받는다.
당내에서도 "드라마 찍는 데 들러리 서기 싫다" 기류
통합당 내에서도 굳이 영수회담 성사에 목을 매지 않는 기류가 강하다. 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면전환용 생색내기 수단으로는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라며 "지금까지 협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제와서 (청와대가) 만나자고 하는 건 진정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다른 수도권 통합당 의원은 "호스트가 룰을 정해야지 왜 자꾸 게스트 보고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청와대가 드라마를 찍고 싶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호영 원내대표도 상춘재에서 식사도 하고 사진도 찍고 했지만, 21대 국회 들어서자마자 청부입법으로 오히려 협치 기조가 망가지지 않았느냐"라며, 통합당이 이번 회동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건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해진 의원은 "과거에도 보면 당 지도부가 개인적 동기에 의해서 대통령과 자리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었다"라며 "야당 대표 개인으로는 좋을지 모르지만, 당이나 국민 차원에서는 별 거 없는데도 영수회담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그런 게 필요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김종인 위원장은 이미 개인적인 정치적 위상을 높일 게 없는 사람"이라며 "단순히 대표의 위상이 올라가는 건 메리트가 없다. 말의 성찬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불편해하는 걸 해소해주고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회동이 되어야 한다"라고 부연했다.
"영수회담 뒤끝 안 좋았어... 민주당 전당대회 끝나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