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앙폭포 근경.마치 천지연 폭포를 축소해 놓은 득한 모습이 아름답다.
노시경
푸른 이끼 가득한 바위 사이를 흘러가는 이 청량한 물줄기는 흘러 흘러 쇠소깍까지 흘러갈 것이다. 나는 산수화 속의 경치를 보며 머리 속의 상념들을 지워본다.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너무나 시원했다. 틀에 갇힌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떠나 오랜만에 만끽해보는 행복감이다.
나의 이 평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깨졌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가족 4명이 시끄럽게 떠들며 폭포 앞, 나의 주변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젊은 사진작가 2명을 대동한 수영복 차림의 젊은 아가씨도 나타나 폭포수 앞 에메랄드 빛 연못을 점령해 버렸다. 나는 원앙폭포 앞에서의 나의 시간이 다 되었음을 깨닫고 폭포 앞을 떠났다.
한라산 산신령의 정기를 받은 상효궤에 소원을 빌다
식사 후 나는 아내, 딸과 함께 주변의 상효원 수목원으로 향했다. 수목원의 주차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차된 차들이 거의 없었다.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는데 우리 가족 외에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상효원 내에서 관광열차를 운전하는 직원도 여행객 한 명 없이 관광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이 드넓은 수목원에서 나의 가족이 독점해서 즐기는 것은 좋지만, 이 수목원의 운영이 내심 걱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