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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부터 고3까지 꿈의학교와 함께 했어요"

[꿈의학교와 나①-1] 조한결이 경험한 남양주 영화제작 꿈의학교

등록 2020.09.29 15:19수정 2020.09.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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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꿈의학교 학생들 작품 발표회
학생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꿈의학교 학생들 작품 발표회경기도교육청
 

경기 꿈의학교가 출발한 지 6년여. 그동안 학생들은 꿈의학교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꿈의학교는 경기도교육청이 만든 '정규교육과정 밖 학교'다. 지난 2015년 209개 교로 시작해 2019년에는 1908개 교가 운영될 정도로 성장을 이뤘다.

꿈의학교 형태는 크게 세 가지. 마을에 있는 전문가나 마을교육공동체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꿈의학교'와 학생이 스스로 만들어 운영하는 '학생이 만들어가는 꿈의학교', 기업과 기관 등이 운영하는 '다함께 꿈의학교'가 있다. 이 세 종류의 꿈의학교에서 연극, 영화, 뮤지컬 같은 문화예술과 스포츠, 과학, 요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꿈의학교가 전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학생 스스로 정신'이다. 학생 스스로 자기의 재능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진로를 찾아 자신의 삶을 개척하게 하는 게 꿈의학교의 '찐' 목표다.

'학생 스스로'가 중요한 가치이다 보니 무엇을 배울지, 어떻게 배울지를 학생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교장과 교감은 필요에 따라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데, 이 또한 학생이 스스로 정한다.

지난 7월 25일. 꿈의학교 6년여의 발자취를 확인하기 위한 대장정에 돌입했다. 경기도교육청 특별 촬영팀과 함께한 여정이다.


이번 촬영에서는 특히 '스스로 정신'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유심히 들여다봤다. '스스로'라는 메시지에 담긴 의미를 학생들이 제대로 받아들였는지, 이 정신이 학생들 진로와 현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돋보기를 댔다.

이에 앞서 한 달 전인 6월 말에는 꿈의학교를 경험한 뒤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찾아 진학한 대학생 두 명과 '내 인생의 꿈의학교'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대장정에 돌입하기 전 사전 탐사 토론회였다. [관련기사] '경기꿈의학교 어때?' 졸업생의 대답은 토론회에서 조성원(21)씨는 꿈의학교를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그릴 수 있는 캔버스"라고, 박소은(21)씨는 "인생의 방향을 가르쳐 준 나침반"이라고 표현했다. 찬사에 가까운 비유였다.


"끊임없이 기회를 주는 학교, 이게 일반학교와 다른 점"
 
 조광한 남양주시장, 남양주영화제작 꿈의학교 특강 모습
조광한 남양주시장, 남양주영화제작 꿈의학교 특강 모습이민선
 
꿈의학교 발자취 찾기 대장정 첫 목적지인 남양주시 '정약용 도서관'에 도착한 것은 7월 25일 오후 2시께. 1층 대강당에서는 '피어라! 꿈, 날아라! 청소년 남양주 영화제작 꿈의학교(아래 영화제작 꿈의학교)' 수업이, 2층 열람실 한편에서는 경기도교육청 특별 촬영팀의 영상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다.

현장에는 여러 대의 카메라가 앳된 얼굴의 조한결(고3) 학생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머니 허은서(46)씨와 한결이의 동생 조한나무(중3)는 카메라 옆 소파에 앉아 촬영을 지켜봤다.

촬영 감독의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결이는 마치 배우가 대사를 치듯 술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카메라 앞에서 기죽지 않고 또박또박 말하는 큰아들 모습을 바라보는 허은서씨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고등학교 때 단 6번의 시험으로 대학이 결정되는데, 이게 정말 큰 문제입니다. 실패하면 치명적이죠. 그러나 꿈의학교는 끊임없이 기회를 줍니다. 이게 일반학교와 꿈의학교의 가장 큰 차이죠. 자유롭게 활동하고 혹시 실패하더라도 스스로 고칠 기회를 주는 게 꿈의학교입니다."

'이게 정말 고3학생 견해인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릴 즈음 촬영 감독이 우리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한결이가 이번에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해 호흡을 가다듬고 귀를 기울였다.

"역시 입시위주 교육이죠.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고,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늘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돼죠. 이 강박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가치를 찾게 해 주는 게 꿈의학교입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게 하고 여러 번 실패를 하더라도 결국에는 그 실패를 통해 삶의 교훈이 되는 훌륭한 경험을 얻게 합니다."
 

한결이가 말한 '실패'라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 촬영이 끝나자 한결에게 "어떤 실패를 경험했지?"라고 물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가 감독이 돼서 영화를 만들어야 했던 적이 있는데, 친구들과 소통을 하지 못해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경험이 있어요. 도저히 남들에게 보여주지 못할 정도여서 (과제였는데) 제출도 못했어요. 그 이후에도 비슷한 경험이 한 번 더 있었고요. 그 때는 제 친구가 감독이었어요. 이런 일을 겪으면서 허무맹랑한 계획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내 의견을 잘 표현하는 동시에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존중해야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고요."
 

부끄럼쟁이 한결이, 꿈의학교에서는...
 
 어머니 허은서씨와 그의 아들 조한결 학생
어머니 허은서씨와 그의 아들 조한결 학생이민선
 
듣고 보니 '실패'라기 보다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 중에 겪은 그저 좋은 경험이었다. 그 과정에서 인생의 교훈까지 얻었으니 교육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지금은 카메라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할 말 다하는 당찬 성격이지만, 한결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만해도 친구들한테 말 걸기도 힘들어했던 부끄럼쟁이였다. 취미라고 해 봐야 도서관에서 책 읽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보니 밖에서 뛰어 노는 것을 좋아하는 또래와 어울리는 것이 힘들었다.

중학교에 진학해 엄마의 소개로 '영화제작 꿈의학교'를 알게 되면서 한결이의 삶에 변화가 찾아왔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을 알게 되면서 낯모르는 사람과 거침없이 이야기할 정도로 성격도 활달해졌다.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고, 뮤직비디오도 만들어 보고 싶고. 그저 막연하게 어른이 되면 영상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중 1때 진로상담 샘과 상담하면서 '문화컨텐츠 기획'이라는 전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영화제작 꿈의학교에서 활동하면서 '이게 내 적성과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한결이는 중1때부터 '영화제작 꿈의학교'에서 활동했다. 고3인 지금도 여전히 꿈의학교 학생이다. 꿈 많은 청소년기를 오롯이 '꿈의학교'와 함께 했다.

한결이의 청소년기를 빛나게 해준 남양주 영화제작 꿈의학교는 마을에 있는 전문 영화인들이 힘을 모아 지난 2015년 설립했다. 그 뒤 매년 경기 꿈의학교 공모에 선정돼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이 학교 설립 멤버 이덕행 교장에게 '꿈의학교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꿈의학교는 곧 마을학교'라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마을에 있는 전문가가 아이들한테 '나처럼 한 번 해봐'할 수 있으면 그게 곧 마을학교이고 꿈의학교입니다. 학생들이 그 분들 삶의 경험을 느끼고 함께 하면서 자기의 꿈을 발견하는 여정이고, 그러면서 거침없이 꿈꾸고 도전하는 게 꿈의학교입니다."

☞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
#꿈의학교 #남양주 영화제작 꿈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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