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된 후 고3의 첫 등교일인 5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이희훈
코로나19 폭풍 속에서도 전 세계의 학교 문은 서서히 열렸다. 원격수업이 이룰 수 없는 등교수업만의 교육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더디더라도 학교 문을 연 것이다.
30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9월에 낸 <OECD 교육지표 2020>을 봤더니 나라마다 등교수업 재개 방식이 제각각이었다. '어린 학생부터 등교시켰느냐, 큰 학생부터 등교시켰느냐'가 서로 엇갈린 것이다.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교육선진국들은 어린 저학년 학생부터 등교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OECD는 "많은 나라들이 아동의 인지 발달과 원격수업 적응 어려움을 고려하여 저학년부터 등교시켰다"고 분석했다. 유치원과 초등 1~2학년의 경우 원격수업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당연히 어린 학생부터 등교시킨 것이다.
반면, 한국은 고3을 0순위로 등교시켰다. 지난 5월 20일부터 그렇게 했다. 이어 3단계에 걸쳐 유초중고 학생들을 학년별로 안배해 3주에 걸쳐 순차적으로 등교시켰다. 당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고3을 먼저 등교시킨 이유에 대해 "진로·진학 준비의 시급성을 고려해 등교수업을 우선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고3 우선주의는 광화문 발 코로나 집단감염 국면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시도별로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몇 차례 상황에서도 고3은 대부분 등교수업을 받았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1/3 학교 밀집도 완화 정책에서도 고3은 예외였다. 날마다 등교시키기 위해서다.
이런 고3 우선주의는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우선주의로 이어졌다. 유 장관은 지난 28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도 수능 응시를 집합금지 예외 사유로 인정하기로 했다"면서 "대학별 평가도 집합금지 예외 사유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3단계 상황이더라도 오는 12월 3일 예정된 수능을 강행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능 강행은 정부 스스로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거리두기 3단계에서는 실내외를 막론하고 '1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며 '각종 시험을 위한 집합 금지'도 밝혀왔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지난 8월 6일 '2020년 2학기 학사운영 세부 지원방안'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는 대면수업을 금지하고 '원격수업 또는 휴업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10명 이상 모임도 금지하는데 49만 명이 치르는 수능은 예외라니 수능공화국의 면모가 다시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장관이 이 같은 기존 방역지침과 다른 내용을 발표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나라가 대학입시를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는 수능공화국인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수능공화국 문제는 '명문대학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학벌주의와도 맥이 닿아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확인된 명문대 학벌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