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산에서 바라본 안계평야의 가을
정만진
이 산 정상에는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파한 아도화상 전설이 서려 있다. 뿐만 아니라, 가을에 청화산을 오르는 일이 좋은 것은 안계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는 점이다. 안계평야는 경북에서 가장 넓은 평야로, 지리 교과서에도 나오는 곳이다. 누렇게 익은 벼가 아득하게 넓은 들판을 바라보이는 장관은 대단하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녀들에게 한 번은 보여줘야 할 풍경이다. 농사짓는 일의 의미, 농민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 이런 게 저절로 생겨나는 곳이다.
하산할 때 보는 낙동강의 모습도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풍경이다. 1960년만 해도 다리가 놓여있지 않아서 의성군과 상주시를 오가는 버스를 배로 실어 옮겼다는 이야기를 하면 요즘 아이들한테 산교육이 된다. 과학의 발달이라거나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등등을 연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사다함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지는 고령 주산
고령 주산도 좋다. 주산의 '주(主)'는 임금을 가리킨다. 대가야국의 임금이 머물렀던 산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고령향교 일대에 궁성이 있었는데, 적의 기습 등으로 빚어진 위기 상황 때 대가야국 임금이 대피한 장소가 주산 정상부였다.
고령향교 쪽에서 출발해서 비교적 평탄한 등산로를 천천히 30분만 걸으면 대가야고분군 맨 위에 닿는다. 거기서 왕릉체험관 쪽으로 내려오면서 고분군을 감상하면 재미가 쏠쏠하다. 힘도 거의 들지 않고, 남녀노소 온가족이 등산할 수 있는 길이다.
대가야고분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분이 밀집해서 많이 모여있는 곳이다. 경주 고분들처럼 평지에 있지 않고 산등성이에서 위용을 뽐내고 있는 것이 최고의 특징이다. 이곳을 찾으면 순장에 대한 교훈을 살펴볼 수 있다. 순장은 왕이나 높은 사람이 죽을 때 시중들던 사람 등을 함께 묻는 옛날 풍습으로, 신라 중기 지증왕 시대(500-514)에 없어진다. 그만큼 인권사상이 높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