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돌봄 책방모모동네책방은 대형서점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좀더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심신의 피로를 풀어준다.
김은진
책방에 진열된 책을 찬찬히 둘러보면 '와, 책이 되게 많다'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 눈을 못 떼고 훑다가 정신 차리고 보면 권 수가 많은 것도 아니다. 진열된 책 표지를 보면 대상이 어린아이, 청소년, 어른까지 신기하게도 없는 책이 없다고 느낄 정도다.
왜 그럴까. 우선 읽어볼 만한 책이 많고, 읽어보고 싶은 책이 많고, 장르가 다양하고, 신간이 많기 때문이다. 모모가 한 권, 한 권 신중하게 고른 책들이 마음에 남기 때문에 꽉 차게 느껴지는 건지도. 책이 가진 세상은 5평 남짓한 공간을 초월하고 만다.
책을 둘러보는 동안 표지를 보면서 시각적으로,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촉각적으로, 책장이 살짝 넘어가는 소리에 청각적으로, 책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에 후각적으로 충전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내가 만난 모모를 소개하고 싶다. 책에서 튀어나온 다정하고 상냥한 모모가 있을 거라 기대는 하지 마시길.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모모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마음을 귀 기울여주는 모모이기도 하지만 책을 매개로 성장을 독려한다. 우선 다양한 독서동아리가 있다. 독서 모임마다 성격이 달라서 경제, 과학, 환경, 교육, 소설, 에세이, 전문 잡지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었다. 마을 지원사업을 통해 여러 모임을 가능하게 했다. 저자를 초빙하기도 하고, 공연, 전시회를 했다.
그렇다고 모모에서 배우고 느끼는 모든 것을 섭렵했다고 오해는 마시라. 작은 걸음걸음의 과정이니까. 단지 책을 통해 지식을 조금씩 넓혀가고, 마음을 채워가는 것이 좋았다. 식구들 밥 차려주고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서둘러 뛰어갈 때도 있고, 어느 날은 남편과 싸우고 가는 피난처이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아이들과 지지고 볶다가 잠시 쉬어가는 대피소였다.
모모는 교육이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고 믿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는 건, 나를 발견하고 알아가는 일이었다. 인간, 여자이기도 한, 나를 만나는 일이었다. 필사, 윤독, 낭독 등 우리는 책을 읽고 나누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우리의 이야기도 들춰졌다.
진솔하고 내밀한 이야기도 있고, 새로운 지식이 채워지기도 하고, 불순물이 빠지기도 했다. 공감 어린 눈빛.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모모였다. 마음돌봄 상담소였고, 야학 같은 교육원이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리에서 누구나 행복하기를, 또 성장하기를 바라는 모모의 마음이었다.
책방모모를 나설 때마다 '지금 잘 살고 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책으로 채워지는 무형적인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고, 미비할지라도 살아있다는 느낌.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마을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팍팍한 세상에 모모는 말한다. 나도, 너도 모모가 되어야 한다고. 우리는 모모일 때 행복하다고.
책방모모가 생긴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 사이 코로나, 장마, 태풍을 견디고, 앞으로 도서정가제라는 위기가 놓여있다. 책 이상의 가치를 가진 모모가 부디 오래오래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수많은 모모로 인해 세상이 반짝반짝 빛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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