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활용에 따라 여러 가치가 창출되는 시대
픽사베이
영국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 교수는 지식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형식지(形式知)는 언어나 문자로 표현된 객관적 지식으로서 일반적인 문서나 데이터로서 공유가 가능하고, 암묵지(暗默知)는 겉으로 바로 드러나지 않지만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몸으로 익히는 것으로서 경험지라고도 불린다.
AI는 대학교까지 모든 정규학습과정을 단 몇 분만에 섭렵해버리는 위력적인 수준까지 왔다. 이젠 '형식지'를 잘하는 인공지능을 굳이 인간이 따라 갈 필요가 없어졌다. AI가 못하는 영역, 즉 암묵지 능력이 중요 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애플, 구글 같은 기업들이 요구하는 능력으로 4C(창의성, 비판적 사고, 협업, 의사소통)를 꼽았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나름대로의 창의력을 발휘해 아이디어를 캐내는 게 중요하다. 아이디어는 노동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자유시간에서 나온다. 창의성은 놀이할 때 나온다. 4차산업 시대가 도래한 지금, 우리 아이들은 과연 어떨까?
대부분 성년이 되기까지 주입식교육제도에 갇혔다가 이력서에 '이름난 대학 졸업' 한 줄 쓰기 위해서, 비싼 등록금을 부담하려고 숱한 알바에 매달린다. 유희활동은 그저 사치라고 굳게 믿고 있는 어른들의 손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과연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를 기대할 수 있을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기본소득을 줘 어느 정도의 자유시간을 보장해준다면 4차산업에 걸 맞는 인재를 키우는데 꽤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자칫 '돈을 줘서 놀게 하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라는, 좀 엉뚱하고 흰소리같이 들릴 수 있다. 수 년 전, 이상한 지도자의 이상한 정책 슬로건이었던 '창조경제'가 떠오르기도 하다. 이런 막연한 의문과 더불어 막연한 기대도 십여 년 전에 있었다.
게임 기획자의 추억과 모눈종이
십여 년 전, MB의 엉뚱한 주문이었던 '명텐도'는 황금알을 낳는 게임기업 '닌텐도'에 대한 부러움과 욕망 그 자체였다. 어떻게 하면 그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컨텐츠가 나오는지 아무런 이해와 노력도 없이, 그저 수출실적에 열을 올리려고 꺼낸 결과중시의 담론에 불과했다.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슈퍼마리오 게임시리즈는 최근에도 엄청난 판매고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과연 콧수염 아저씨가 뛰어노는 게임이 어떻게 탄생했을까?
게임의 신이라 불리는 게임기획자, 미야모토 시게루는 어릴 적 초원에서 뛰어놀았던 추억을 모티브로 최초의 슈퍼마리오를 제작했다. 모눈종이 위에 게임의 무대를 스케치하고 2차원좌표(x,y)데이터로 바꿔 고스란히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옮겼다. 게이머는 게임컨트롤러를 쥐고 TV속 주인공 배관공 아저씨를 통해 환상적인 모험을 만끽했다.
미야모토의 추억을 대리 체험하게 한 이 게임은 수천만 개의 판매고를 올리며 대히트를 쳤다. 앞서 소개한 미야모토의 '암묵지(暗默知)'와 컴퓨터 기술이 융합되어 엄청난 가치의 컨텐츠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 어른들은 닌텐도의 실적만 쫓지 말고 자유롭게 뛰어놀았던 미야모토의 게임 기획서에서 힌트를 찾아야 한다. 만약에 미야모토가 밖에서 놀지 않고 학교-학원-집만 왕복하는 범생이 코스를 밟았다면 이런 끝내 주는 컴퓨터 게임이 나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