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에>는 10월 18일 오후 8시에 온라인으로 중계됐다. 관객 40여 명이 라이브로 참여했는데,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채팅창을 이용해 소감을 올려 마치 온라인으로 '관객과의 대화'가 이뤄지는 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극단 고래
이랑혁 '구루미' 대표는 이 시대를 잘 반영하고 있는 이 작품을 보고 이를 온라인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극단 고래에 '온라인 공연'으로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 제안을 받아들인 김동완 연출이 연극 <10년 동안에>의 온라인 버전을 만들게 된 것이다.
<10년 동안에>는 지난달 18일 오후 8시에 온라인으로 중계됐다. 관객 40여 명이 라이브로 참여했는데,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채팅창을 이용해 소감을 올려 마치 온라인으로 '관객과의 대화'가 이뤄지는 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동완 연출과의 미니 인터뷰 내용이다.
-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온라인 연극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기획과 구상을 가졌었는지.
"현재 내가 교수로 재직 중인 극동대에서 이미 온라인 공연을 지도해 본 경험이 있다. 그때는 '줌'을 이용해서 공연을 했는데, 그때 이런 방식의 온라인 공연이 가진 문제점과 가능성을 모두 발견할 수 있었다.
'줌'에 비해 '구루미'의 장점은 화면 크기와 순서를 바꿀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곧 화면에 한 명이 나타났다가 복수의 인원이 출연하는 등 화면 구성이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앵글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환 가능해 지루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었다.
화면 구성상의 장점을 최대화하기 위해 스토리보드를 만들었다. 어떤 화면에 몇 명이 등장하고 이들이 어떤 표정을 지으며 어느 방향으로 얼굴을 돌려야 하는지 등을 정교하게 설계한 스토리보드였다. 배우들은 이 대본과 더불어 스토리보드를 숙지하고 연기를 한 것이다.
<그림> <10년 동안에>의 스토리보드 중 일부인 돼지, 생선, 쇠고기 등은 극 중 배역의 이름이며 화면 아래 1이라는 숫자는 등장 인물의 숫자를 뜻한다."
- 김동완 연출은 이미 같은 대본으로 오프라인 공연을 했고 이를 다시 온라인화 해서 공연했다. 온-오프라인 공연을 비교할 때 온라인 공연이 가지는 특장점은 무엇이었는지.
"보통 오프라인에서 연극 공연을 볼 때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배우를 선택해서 보게 돼 있다. 영상예술처럼 카메라가 보여주는 것만을 보는 게 아니라 자기 시선을 자유롭게 활용해 한 명 혹은 두 명의 배우에 집중하거나, 배우의 얼굴을 보는 게 아니라 손만 볼 수도 있고 눈만 볼 수도 있고... 그게 연극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오프라인 연극의 특성을 온라인 공연에 도입하기 위해 화면 구성을 정할 때 '배우 A가 이야기하고 있어도 배우 B의 리액션을 봐라'라고 그 화면에서 B배우만 보여준 적도 있다.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는가? 연극에서 영화적 장점을 도입했다고 하면 이해가 될 것 같다.
또한 배우들에게 정면샷이 나오도록 시선 처리를 하라고 주문해서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느낌을 갖도록 했다. 나한테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상대 배우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임이 분명한데 관객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이런 구성에 대해 혹자는 '그로테스크하다' 혹은 '부조리 연극 같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 외로운 자가격리의 시대에 잘 어울리는 방식 아닌가 싶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또 한 번 많은 것을 배웠다. 그래서 다음 작품으로 온라인 환경과 오프라인 환경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넘나드는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구상하고 있다."
기술과 예술의 결합, 기업과 예술단체의 결합
극단 <고래>의 이해성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구루미가 공연을 위한 맞춤형 툴이 아닌 만큼 기능적인 아쉬움은 다소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공연이 불가능한 상태에 온라인 공연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을 높게 사고 싶다"면서 "무대 위의 공연을 그대로 찍어서 올리는 형태가 아닌, 온라인과 오프라인 융합 형태의 공연 형식이 나올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번 공연은 구루미에서 온라인 연극 제작을 위한 비용과 실시간 화상 플랫폼을 제공했고, SKT는 5G 스마트폰과 MEC(Mobile Edge Cloud)를 제공해 배우들이 언제 어디서나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명실공히 기술과 예술의 결합, 기업과 예술단체의 결합이 성사된 셈인데, 코로나 시대 비대면 공연예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적 지원과 예술가들의 상상력이 긴밀하게 연계돼야 한다는 점을, 그리고 그 연계의 성과가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 준 좋은 계기였다고 본다.
고래의 <10년 동안에> 온라인 공연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유튜브 동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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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기자는 경희사이버대 문화창조대학원 문화예술경영 전공 주임교수이다. 지난 십여년 간 생활예술, 곧 생업으로 예술을 하지 않는 아마추어 예술인들의 예술 행위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지금은 건강한 예술생태계 구축을 위해 예술인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를 위한 다양한 예술인 사회적 교육 과정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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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회의 기술과 예술단체가 만나 작품이 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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