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노란 단풍이 아름다운 은행나무
이숙자
숭림사는 군산에서 30분 정도면 도착을 하는 가까운 거리다. 숭림사 입구에서부터 가을의 쓸쓸한 느낌이 전해진다. 정말 사람의 그림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길은 한적하다. 낙엽이 진 나목만이 말없이 서 있다. 군데군데 남아 있는 단풍 진 나뭇잎 몇 잎만 남아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도 가을의 운치를 더해 준다. 절 마당 들어서기 전 담장 안으로 보이는 은행나무를 보고 모두가 탄성을 지르며 놀라워한다. 노란 은행잎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은행나무는 말 그대로 환상이다. 노란 은행잎이 이처럼 아름답게 느낀 지 오래되었다. 신은 어쩌면 이리도 아름다운 색의 자연을 인간에게 선물해 주실까, 노란색이 이처럼 예쁘다니,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말이 없어진다.
회원들은 사진 찍기에 바쁘다. 모두 사진 동호회 사람들 같다. 곱게 물든 나뭇잎들을 보고 이리 행복하고 즐거워할까? 자연은 신이 인간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오늘은 나이와 관계없이 모두 소녀로 돌아갔다. 오늘의 예쁜 풍경을 카메라 렌즈에 담기에 바쁘다.
대웅전 부처님을 바라보고 합장을 하면서 소원도 빌어 보고 내려온다.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절마당은 가을의 청명한 햇살이 이불을 깔아 놓은 듯 햇살이 따스하고 포근해 보인다. 우리는 아래 칸 정혜원 툇마루에 않아 눈이 부신 은행나무 잎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찬란하게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을 모습을 상상해 본다.
모든 사물을 때가 되면 본연의 자리로 돌아간다.
나무도 사람도 모두가 각자의 역할이 끝나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이치는 똑같다. 봄에 피어나는 새싹은 생명과 환희를 느끼지만 가을의 단풍으로 곱게 물든 나뭇잎의 아름다움도 멋지고 황홀하다. 사라지는 소멸이 아쉬워서 일까 봄에 피는 파란 나뭇잎은 사람들이 줍지 않지만 단풍 든 낙엽은 예뻐서 주어 책갈피로 끼어 넣는다. 지는 낙엽을 바라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앞으로 다가오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쓸쓸하다.
절 마당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곳이 사람이 있는 곳일까 의문이 들 정도로 없고 조용하고 한적하여 가을을 사색하기에 딱 알맞은 곳이다. 이제는 사람이 많은 곳보다는 조용한 곳이 좋다. 생각할 수 있는 여유도 있고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는다. 글을 쓰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어쩌면 생각이 풍요롭고 담담해 지는 마음을 배우고 있음이 좋다. 날마다 일상에서 바쁨을 벗어나 나를 바라보는 시간은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엇이 나를 나답게 하는 삶일까 매번 머리에 떠나지 않는 상념들이다.
'구름은 바람 없이 움직일 수 없고 사람은 사람 없이 움직일 수 없다.' 오늘 유튜브에서 김창옥 강사님이 하신 말씀이다. 너무나 마음에 와서 닿는 말이라서 공감이 된다. 사람은 사람 없이 움직일 수 없다. 오늘 가을 속으로 들어와 생각하게 되는 그런 날이다.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음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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