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겐 오프 스위치가 필요해> 책표지
호우
이 모든 경험은 나의 것이지만 이 책이 아니었다면 글로 쓸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게 영감을 불어넣어준 책은 이혜선 작가의 <엄마에겐 오프 스위치가 필요해>. 부제는 '퇴근 없는 워킹맘의 일상 공감 에세이'다. 워킹맘은커녕 엄마도 아닌 내가 이렇게 무릎을 치며 보게 될 줄이야.
내 삶은 어느 날은 더없이 완벽했고, 어느 날은 더없이 불완전했다. 행복과 불행의 반복이었던 출근길, 냉탕과 온탕을 오갔던 부부 사이, 때때로 사막 같았던 내 마음. 그리고 그 사이에서 누구보다 아름답게 성장한 아이들. 이 책은 이런 나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p. 6. 시작하며)
일을 해도, 하지 않아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기혼 여성의 삶, 워킹맘이 되기 위해 또 다른 여성의 노동력을 빌리게 되는 현실 등 그녀는 자신의 삶에 밀착해 이야기하는데 나는 내 자신과 내가 속한 사회를 계속 의식했다.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을 수시로 떠올리며.
늘 "괜찮다" 말해주는 고마운 남편이 어려운 살림 앞에서도 "괜찮다"고 해 화를 돋웠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을 터뜨렸고, 아이는 물론 엄마와 아빠 역시 함께 성장한다는 그녀의 혜안 덕분에 나와 남편의 크고 작은 변화들을 상기했다.
출산이나 결혼 유무와 상관 없이, 우리는 필시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 어차피 엮여 영향을 주고 받을 것이라면 나 역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본다. 더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고. 가족에게도, 이웃에게도.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으로서 잘 살아가는 것일 테다. 나로 온전히 설 수 없다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직장인으로, 아내로, 엄마로 열심히 살던 나는 이제 그들로부터 분리되어 온전한 나로 남는 연습을 시작한다. 한때 삶의 전부였던 존재들과 언젠가 완전히 분리됐을 때 '아무것도 아닌 나'를 만나지 않길, 그때에도 내 인생이라는 작품에서 여전히 주인공인 나를 만나길 간절히 소망하면서. 내 인생의 또 다른 해피엔딩을 위해 오늘도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간다. (p. 144)
한 가지 흥미로운 포인트. 직장 생활 19년에 엄마 경력도 11년인데 여전히 '미숙하고 허접하다' 말하는 저자는 한 번도 자신의 삶을 미화하거나 정답이라고 주장한 바가 없다. 뭐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엄마에게 오히려 "괜찮다"고 말해주는 아이들이 나오는 대목은, 비출산을 결심한 내가 지금껏 들어온 그 어떤 강요보다 효과적인 출산 장려로 다가왔으니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문득 사람을 감화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열 마디 말보다 내 삶을 가만히 보여주는 것, 그보다 더 훌륭한 조언은 없으리라. 영감과 웃음을 한 번에 안겨주는 생활 밀착형 여성 에세이라니, 이렇게 반가울 수 없다.
엄마에겐 오프 스위치가 필요해 - 퇴근 없는 워킹맘의 일상 공감 에세이
이혜선 (지은이),
호우,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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