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열렸던 헤코포럼 포스터
헤코
- 헤코 포럼 포스터를 보면 '대화, 화해를 그리다'라는 표현이 있어요. 헤코 포럼에서 대화를 통해 갈등을 풀어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조직 내에 일어나는 갈등이나 의사결정과정 가운데 생기는 문제는 대화가 부재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조직 내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그렇다고 생각해요.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 사회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다고 해요. 헤코 포럼은 서로의 차이를 주목하기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면서 공통의 경험을 찾아가려고 해요. 서로 간에 몇 가지 원칙만 가지고 대화를 하더라도 문화가 달라서 겪는 상처, 그로 인해 생기는 갈등 요소를 줄일 수 있어요."
- 동서 포럼은 통일된 이후에 만든 포럼이고, 헤코 포럼은 통일된 이전에 만들어진 포럼인데요. 독일의 동서 포럼과 다르게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포럼에 탈북자들을 초청하려고 노력해요. 탈북자분들에 대해서 많은 분이 이미 다가온 통일이라고 표현해요. 그분들은 이주한 거고, 이민자로 와 계신 건데 출신이 북한이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거죠. 다른 문화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독일의 동서 포럼과 같은 효과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어요.
남한 사람 중에서도 통일에 대한 마음이 있고, 관심이 있는 분들은 포럼에 모시고 싶어요. 탈북자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같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헤코 포럼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강사가 강의하는 포럼이 아니라 몇 가지 대화 원칙을 정하고, 같이 대화를 나누는 포럼이에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로 나누는 자리에요. 예를 들어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사전에 발제자를 미리 섭외해서 본인이 생각하는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발제는 주로 탈북민분들에게 요청했어요. 발제자가 십오 분에서 이십 분 정도 발제를 하고, 나온 발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눠보는 방식으로 진행했었어요. 참여하시는 분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편안하게 포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퍼실리테이터가 대화를 이끌어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면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데 이들이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헤코 포럼의 큰 특징이기도 해요."
- 포럼이 끝나고 참여했던 분들이 해준 이야기 중에서 기억에 남는 후기가 있나요?
"참여해 주신 탈북자분들은 남한에 와서 처음으로 내 마음을 터놓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탈북자나 남한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자기 말투에 상관없이 대화하는 게 좋았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어요.
사람들이 말투만 듣고 출신을 바로 아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분들에게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투에 상관없이 본인이 살아온 이야기를 편안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거죠. 탈북자분 중에 한 분은 "나는 여기서 통일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표현하셨어요. 좋은 대화가 나뉘는 것만으로도 사회를 한결 좋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호기심과 만나는 순간 '청소년 통일 리더십 교육'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헤코가 집중하는 또 다른 활동은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통일 교육이다. 헤코는 헤코 포럼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참여자들과 소통하는 교육을 만들었고, 독일에 있는 헤코와 협력해 독일의 통일 현장들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했다.
- 청소년과 청년 세대에 관심이 남다른 것 같아요. 통일을 준비하는 활동으로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청소년·청년 시기의 경험은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하잖아요. 견문을 넓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우리가 청소년들의 삶에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통일이 5년 안에 될지, 10년 안에 될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아무래도 좀 더 걸리겠죠. 그 친구들이 사회의 지도계층 혹은 리더가 됐을 때, 앞으로 통일의 주역이 될 거예요. 헤코가 이야기하는 가치관들을 가지고 살아왔다면 통일이 됐을 때,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