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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에 '예외'는 없다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기념일 맞아... 차별금지법 제정, 무엇도 양보하고 지울 수 없다

등록 2020.12.10 14:33수정 2020.12.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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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72주년, 지금 여기 인권의 외침을 들어라 기자회견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72주년, 지금 여기 인권의 외침을 들어라 기자회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그간 인권·시민단체들이 12월 10일 발행한 기고 글과 성명, 논평들을 찾아보았다. 글들은 한 해의 사건들을 돌아보고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 싸워온 저항의 의미를 새기며 인권의 가치가 중요함을 역설한다.

특히 근간에는 인권의 가치를 새기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문장들이 반복되었다. 비슷한 문장을 몇 년간 써야 하는 마음은 어땠을지 헤아려본다. 다그치고 달래고 설득하는 문장들은 정부와 국회를 향한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언제라도 사람들은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불이익과 위협을 무릅쓰며 자신을 드러냈다. 사회적참사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위해 세월호 생존자가 목숨을 건 단식을 진행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노동자들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싸우기 위해 나오지만 거리 위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코로나19 전파를 빌미로 금지하고 통제하는 상황이 계속된다.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요양병원과 같은 건물을 쓰는 1층 한 병원에서 병원 관계자가 방역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온 부산 아시아드 요양병원이 코호트 격리됐다.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요양병원과 같은 건물을 쓰는 1층 한 병원에서 병원 관계자가 방역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온 부산 아시아드 요양병원이 코호트 격리됐다. 연합뉴스
 
코로나19는 사회의 치부와 사각지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장애인 시설과 요양병원, 정신병원 등에서 집단감염과 사망이 계속되는가 하면 홈리스 쉼터는 접근금지 되었으며, 전국 각지에서 강제 철거가 진행 중이다. 위기 속에 벌어지는 혐오와 낙인의 고리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재난이 되어버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누군가는 빈곤과 장애, 비정규직을 이유로 지원에서 멀어지고 더러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대면노동자라는 이유로 다른 이들보다 많은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런 중에도 국가는 파트너가 동성이라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 자격을 박탈하고 인구주택총조사에 동성배우자를 '오기'로 판단하고 응답을 배제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보건복지부는 주수제한으로 임신중단여부를 구분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구성원의 안전을 보장하는 법제정이 정치공학적 찬반대결로 소모되고 미뤄지는 동안 우리는 사회가 어떤 얼굴들을 누락시키거나 잃어버렸는지, 더불어 구성원의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통제하고 범죄화해왔는지 목도한다.

불평등과 차별은 질병을 예방하기는커녕 혐오와 낙인 속에 이들을 음지로 몰아넣고 지원정책에서 누락시키며 예방을 저해한다. 전 세계적 팬데믹(pandemic·대유행)의 위기를 통과하며 깨달은 점이 있다면, 적어도 역병이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문장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매년 일어나는 재난과 사건 속에서 우리는 저변에 필요한 가치가 평등과 인권임을 주장해왔다. 정부가 혐오와 차별이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선언한 것은 혐오에 맞선 운동이 가져온 변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언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일상에서 구성원을 착취하고 차별하고 낙인찍는 한 재난은 인재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평등에 예외는 없다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은 뚝딱 안을 만들어 국회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압축할 수 없다. 수 간 다듬어온 차별금지 법안은 항목과 행간마다 투쟁의 시간을 문장으로 빚어낸 기록이기도 하다. 그것은 차별의 모세혈관부터 구조가 연결되어 있음을 민감하게 체득하고 배우는 시간이다.

제정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지역을 돌고 목숨을 건 투쟁 현장을 찾아다니며 사람을 만났다. 차별의 다른 항목들을 살피며 항목의 단어에 갇히고 밀려난 이들을 조우하고 삶의 접점을 발견하며 평등의 지도를 넓혀왔다. 제정운동의 역사는 인권운동의 역사 위에 있다.


'평등이 대세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러한 만남과 성찰의 시간이 있기에 가능했다.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과정은 변화를 요구하는 주체가 되는 과정이고, 동시에 타인과의 공존을 모색하며 변해왔던 시간이다. 과정은 동시에 변화를 만들고 두드린다.

평등과 인권은 역사를 따라 상이한 맥락 속에 다르게 정의되어 왔다. 하지만 누군가 부당한 차별을 받아 뒤로 밀려나거나 불이익받아선 안 된다는 변함없는 요구는 평등과 인권이 보편가치임을 시사한다. 물론 이들은 그저 사탕발림처럼 미사여구로 남지 않는다.

일터에서, 군대에서, 교회에서, 학교에서, 심지어 집에서도 우리는 언제든 소수자라는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손상된 몸이라는 이유로, 국적과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지역 출신의 사람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괴롭힘과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차별의 지층은 구성원을 단수의 정체성으로만 구성하지 않는다. 차별의 윤곽을 살피면서 평등의 문장을 만드는 작업은 동시에 공동의 일상을 살피고 그 상이한 결들이 인권에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그렇기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어떤 예외도 허용할 수 없다.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진행하는 동안 제정과정에 변화가 없던 것은 아니다. 특히 올해는 10명의 국회의원이 국회에 차별금지법을 발의하고, 국가인권위원회도 평등법 제정을 권고했다. 코로나19 시점에 이들은 혐오와 낙인이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한발 물러서온 정부의 인사들도 이제야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법이라고 한마디씩 거든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8부 능선을 넘고 있는 것일까.

정부와 국회가 지리멸렬하게 유예하고 항목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상황에 대해 역사는 어떻게 기억할까. 법이 제정되었다고 모든 상황이 해결될 수는 없다. 차별은 극적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저항과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거리로 나온 이들의 싸움이 정당함을 지지하고 삶의 존엄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 무엇도 양보하고 지울 수 없다.

차별금지법은 삶을 지켜내기 위해 공존의 가치를 곱씹고 기울어진 권리의 시스템을 바로잡자는 약속이고 실천이다. 차별금지법을 통해 구성원의 일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모아내고 삶의 안전한 울타리가 필요한 이들이 온전한 일상을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다음 인권선언기념일에는 차별금지법이 얼마나 실천되고 있는지, 차별금지법을 제정 이후 한국 사회는 어떤 변화를 맞았는지 살필 수 있다면 좋겠다. 변화의 염원을 담아 재차 요구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세계인권선언 #12월10일 #차별금지법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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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차별의 예방과 시정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다양한 단체들이 모여 행동하는 연대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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