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일 평균 7명, 연간 2400명 사망... K방역이 시급한 곳

또 다른 코로나 '죽음의 외주화'

등록 2020.12.15 10:05수정 2020.12.15 10:05
0
원고료로 응원
 비정규직 오체투지단이 지난 13일 눈이 내리는 가운데 효창운동장역 부근에서 오체투지를 이어가고 있다.
비정규직 오체투지단이 지난 13일 눈이 내리는 가운데 효창운동장역 부근에서 오체투지를 이어가고 있다.정종배
지난 주말, 국회 안팎에서 신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호소하며 곡기를 끊고 하루하루 버티고, 삭풍과 눈비 속 아스팔트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는 이들이 있었다. 죽음에 기대어 생을 외치는 역설의 몸부림이다.

태안화력발전 하청 비정규직 사망자 청년 고 김용균의 어머니인 김미숙 님은 "아들 생각하면 먹는 게 죄스러웠다"라며 단식을 결심했다고 한다.

현재 산재 피해자 유가족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국회 본청 앞 계단과 정문 밖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부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18년 열아홉 비정규직 청년이 작업 중 사망한 구의역에서부터 유가족들이 있는 국회까지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일평균 7명, 연간 2400여 명 사망, OECD 산재 사망률 1위', K 방역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정작, 이 방역이 필요한 곳은 사람들의 일터가 아닐까 싶다.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인 이용관 님은 눈 내리는 풍경을 핸드폰으로 담는 한 민주당 의원에게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에 힘써 달라고 부탁하지만, 의원은 먼 거리에서 '네네, 아버님' 하며 걸음을 재촉해 사라졌단다. 오체투지 하는 사람에게 수건 한 장이라도 건네려고 하면 코로나로 '집회는 9명까지다'라며 제지하는 경찰 모습이 야속하게 보이기도 했다.

같은 시간, 지난 11월 28일 영흥발전화력에서 작업 중 사망한 고 심장선 화물노동자의 아들인 24살 대학생 청년은 유족을 대표해서 회사와 14시간이 넘는 마라톤 교섭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요구는 간단하다. '하청업체가 아닌 원청 책임 인정'.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터 정문엔 무재해 사업장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하청의 산재는 원청인 태안화력발전 사고로 집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에서 만연한 위험하고 힘든 업무를 외주노동자에게 돌리는 이른바 '죽음의 외주화'는 전국에 만연한 또 다른 '코로나19'이겠다.
 
 
#중대재해처벌법 #이용관 #김용균 #김미숙 #오체투지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3. 3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4. 4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5. 5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