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 표지 이미지
박정우
- 책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전작 <방구석 미술관>이 출판계에서는 소위 대박을 쳤는데 후속작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예를 들어 국내 미술가가 아니라 1편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해외 유명 미술가들을 소개하면 판매가 더 좋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우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드리자면,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판매를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제가 독자분들께 미술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을 것인가에 집중했죠.
'두 번째 책으로는 <방구석 미술관> 한국 편을 쓰자, 그리고 계획했던 이야기들을 담아내자' 이런 방향성이 명확했어요. 미술하면 서양미술만 떠올리는 오래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을 도와드리고 싶었고요. 한국미술의 진가를 많은 독자분께 전하고 싶었습니다.
부담감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관점이 좀 다릅니다. 첫 번째 책을 출간한 이후, 아마 그 책에 감명을 받으시거나 저자로서의 조원재에게 신뢰를 느낀 분들이 있었겠죠. 그랬던 분들을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을 통해서 다시 만나는 거니까요. '두 번째 만남에서도 과연 내가 여전히 의미 있는 얘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 이런 종류의 부담감이 조금 있었습니다.
판매는 잘 되면 물론 좋겠지요. 하지만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그동안 제가 한국미술에 대해서 생각해왔던 것들, 한국미술에 관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내용들을 잘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제 내면에 있는 것들을 하나의 언어로 정제해서 잘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런 작업을 잘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잘 전달하면 판매는 그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의 프롤로그에서 반 고흐는 예찬하면서 김환기는 모르는 어떤 신사분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요, 우리가 김환기를 왜 알아야 할까요? 반 고흐나 고갱만 알아도 충분하지 않나요?
"(민족주의나 애국주의를 떠나서) 삶을 살며 새로운 미의 세계를 알아가는 것은 너무 소중한 체험 아닌가요? 새로운 미의 세계를 발견하는 건 제게는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고 제 삶을 성숙하게 만들어줬습니다. 그 경험을 꼭 다른 분들께서도 삶에서 누리실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꼭 미술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게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이렇게나 크고 넓고, 우리가 지금까지 모른 채로 살아온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하고, 동시에 새로운 것들은 계속 탄생하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반 고흐의 작품과는 다른 새로운 미의 이야기를 갖고 있고,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감정과, 새로운 에너지를 품고 있는 김환기 화백 같은 예술가의 작품을 내 머리로 알고, 내 눈으로 보고, 내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는 건 나의 삶을 위해서도 너무 즐겁고 좋은 일이 아닐까요? 김환기뿐 아니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른 아홉 명도, 그런 기준에서 선정했습니다. 반 고흐 외에도, 우리에게는 지적이고 예술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작가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물론 저는 꼭 우리나라 사람인 김환기 화백의 작품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계 어느 곳에나 좋은 예술가들이 있어요. 그들을 알고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면 좋은 건 그 예술가들이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이에요. 그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좋고, 그 작품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이 좋은 거예요."
"미술,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길 안 할 수 없죠"
- 세계의 훌륭한 예술가들을 또 방구석에서 만날 수 있게 앞으로 작가님이 그 역할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웃음) 책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 보겠습니다. 책에서 작가님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을 보면 작품에 대해서 분석하는 일종의 도슨트 형식이 아니라, 미술을 매개로 하지만 결국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저에게는 미술과 한 인간의 삶이 떨어질 수 없어요. 미술은 인간이 만들어냈고, 따라서 하나의 미술 작품 안에는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의 삶과 철학이 다양하게 녹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이 왜 존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미술가의 삶을 통해 추론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품이 몇 년도에 만들어졌고, 어떤 물감을 썼는지 같은 물리적인 측면만 다룬다는 건 너무나 단절되어 있는 행위라고 봐요.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작품과 삶을 연결하다 보면 결국엔 나의 가치, 나의 철학, 나의 관점이 투영됩니다. 작품을 작품 자체로 즐기는 것도 저에게 무한한 의미와 즐거움을 주지만 예술과 삶이 연결되는 관점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도 굉장히 다채롭거든요. 그런 다채로움을 독자분들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