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국 의원과 정의당 간 설전을 다루는 MBC 뉴스 자료화면
MBC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정의당은 유독 모든 전장에 병력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경중을 따지지 않고 대변하고 싶은 사람들의 편에서 나서야 할 모든 사안에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은 좋다. 항상 100%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자세 역시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한정된 역량을 가지고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보면 정치적으로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명확한 기준 없이 모든 전장에 병력을 배치하는 건 어느 한 전장이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일 수도 있지만, 어느 한 전장도 제대로 이기겠다는 생각이 없다고도 읽힐 수 있다.
③ 일관성 잃어버린 정의당... 변창흠 앞 왜 주저했나
세상만사를 '옳고 그름'이라는 잣대로 바라보며 정치적 계산 없이 사회적 약자에 편에 서는 것. 이것이 지난 몇 년간 정의당의 높은 호감도를 이끌어왔던 핵심이라고 본다. '정의당 데스노트'란 말이 "민주당 편인 정의당도 반대해?"라는 '민주당 2중대' 틀 안에서 나온 표현이긴 하지만, 이 표현이 통용될 수 있었던 건 분명 정의당이 가진 '옳고 그름'에 대한 일관성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구축한 일관성은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기존 정의당이라면 조국 전 장관 논란이 터졌던 2019년 8~9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데스노트 문제를 일관성 있게 바라봤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선거법 개정을 놓고 정치적인 계산을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정치 셈법이라며 뒤늦게 비판하는 건 의미가 없다. 정당은 매사에 정치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또한 정의당이 항상 교섭단체의 울타리 밖에서, 즉 비교섭단체로 존재하며 옳은 소리만 하고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부채 의식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당시 지도부의 판단은 일장일단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분명한 건, 당시 손상된 일관성은 보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번 변창흠 국토부장관 후보자의 경우 절대적인 비토가 '바로' 있어야 했다. 구의역 김군에 대한 발언은 정의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완벽히 대치되는 발언이기 때문에 그 뉴스가 나온 순간 지명철회나 자진사퇴를 요구했어야 했다. 정의당은 이런 상황에서 며칠을 머뭇거렸는데, 정치적 고민이 별도로 필요하지는 않은 시점으로 보여 정의당의 이런 판단이 아쉽다.
치밀한 전략에 근거한 정치적 판단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정치적 판단을 하기 위해선 일관성을 갖고 정의당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존폐 갈림길에 선 정의당, 내년 서울시장 선거가 반환점
정의당이란 정당은 영원한 정당이 아니다. 동력을 잃으면 언제든 노동계·시민사회계·타진보정당과 함께 진보대통합 등 다른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정의당은 그간 심상정·노회찬으로 대표되는 두 축을 중심으로 진보적인 이슈에서 싸워왔지만, 지금은 뒤를 이을 마땅한 인물이 보이지 않고 당내 역량도 과거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상정이 멈추는 순간 정의당도 멈춰설 것이라는 말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기의 정국에서 마주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새로운 반환점을 만들 수 있을지 가늠할 마지막 기회다.
기회를 살리기 위해 두 가지 고민이 필요하다. 하나는 '선수'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대표급의 후보가 출마해야 한다고 본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대선 전초전이라 불리는 막중한 의미를 가진 선거다. 동시에 당의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는 만큼 정의당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선거라고 본다. 존재감 없는 후보가 나서서 판을 흔들 수 있는 선거가 아니다. 최소 당대표, 혹은 그에 걸맞은 급이 나서서 2017년 대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당 역시 존폐 위기감 속에 안철수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며 새로운 반환점을 노리고 있는 만큼, 정의당도 그 정도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
또 하나는 '도시 비전'이다. 내년 선거에 성 평등 이슈가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중요하지만 선거를 결정지을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내년 보궐선거는 지난 10년간 쌓여왔던 개발에 대한 욕구, 박원순 시정에 대한 무색무취한 평가, 기후 위기에 대한 불안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불확실성, 차기 대선에 대한 기대감 등이 어우러진 선거다. 그러므로 서울이라는 초거대도시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잘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분명한 것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서울이 어떤 도시가 될 것인가, 그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니즈(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또는 서울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지, 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갈릴 것이란 사실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5
공유하기
'비호감, 이슈실종, 비일관성'... 정의당 앞 세가지 과제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