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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1년 면제' 이런 현실이 기가 막혔다

텅 빈 영화관, 을씨년스러운 상가... 코로나가 만들어낸 서글픈 풍경들

등록 2021.01.05 07:49수정 2021.01.05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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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여전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 연말부터 시작된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타격을 느끼는 분야는 '운동'이다. 매일 가던 헬스클럽에 가지 않은 것이 벌써 한 달 가까이 되고 있다. 2.5단계로 거리두기가 상향되고부터 못 가게 되었으니, 그나마 어렵게 유지하던 만 보 걷기는 오천 보도 못 채우는 날이 허다했다.


오랜만에 집을 나섰다. 정해진 방향도 목적지도 없이 집 반경으로 여기저기를 다녔다. 공원 뒷길로 빠져 인적 없는 한적한 길도 걸었고, 코로나 상황이 아니라면 인파로 넘쳤을 거리도 걸었다. 대형 쇼핑몰에 있는 영화관에도 갔다. 영화 리뷰와 포털에서 계속 검색되는 신작 영화가 궁금하기도 했고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주말인데 문 닫은 식당들... 믿을 수 없는 이 광경 
 
부천의 한 영화관 일요일이지만 텅빈 영화관
부천의 한 영화관일요일이지만 텅빈 영화관장순심
 
영화관은 한산했다. 2021년에 접어든 첫 주말이었지만 티켓을 발권하는 사람은 한참을 둘러보는 동안 단 두 팀이었다.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는 홍보 문구는 코로나 상황에서 그나마 관객 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로 알아들어야 할 것 같다. 다른 영화들도 이전에 개봉했던 것을 재개봉하는 것들이 많았다.

극장을 끼고 영업하던 많은 식당들은 일요일임에도 모두 문을 닫고 있었다. 심지어 아예 영업을 접은 곳도 있었고 1년 치의 월세를 받지 않겠다고 안내문을 내 걸고 새 주인을 기다리는 가게도 있었다. 지난번에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를 했을 당시 취재차 와서 혼자서 점심을 먹었던 식당이었다. 맛도 있고 당시에는 사람도 많았는데, 아마도 계속되는 코로나 상황이 더는 버틸 수 없었던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식당들이 월세 때문에 힘들다는 말은 무수히 많이 들어왔다. 또,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나간 사람이나, 1년 치의 월세를 받지 않아도 가게가 비어 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런 팻말을 내건 사람.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지금의 현실에 기가 막혔다.
 
임대문의 안내표지 부천 한 상가의 임대 문의 쪽지. '월세 1년 면제'라고 적혀있다.
임대문의 안내표지부천 한 상가의 임대 문의 쪽지. '월세 1년 면제'라고 적혀있다.장순심

영화관을 둘러싸고 구석구석 빈틈없이 먹거리와 음료를 팔며 성업하던 가게들도 한두 곳을 남기고는 모두 문을 닫고 있었다. 당분간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와 건강에 유의하시라는 인사말이 묘하게 마음을 울렸다.
 
영업중단 안내 표지 코로나로 인해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 표지, 건강 유의하세요! 인사말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영업중단 안내 표지코로나로 인해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 표지, 건강 유의하세요! 인사말에 마음이 복잡해졌다.장순심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믿음이 크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더 큰 무게가 실리는 때문은 아닐까. 우리나라에 코로나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던 것이 지난해 1월이라고 한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힘든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이지만, 세상의 끝은 아니니


사회적 분위기와 상황이 달라지니 영업하는 사람들의 내용과 방식도 달라지는 현실이다. 큰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안 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발상 자체가 어렵다. 요즘은 1인 마케팅이나 가정용 밀키트, 배달 앱 등을 통해서 판로를 다양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운 전환은 마음도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

여전히 변화의 바람을 느끼는 것도, 그것을 쫓는 것도 벅찬데 하물며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이라니, 그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이왕이면 변화를 리드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많은 이를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화했으면 하는 바람을 잠깐 가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갈 때와는 다른 길을 택했다. 양쪽으로 식당이 빽빽이 늘어선 골목이지만 사람은 없었다. 사람이 안 모여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는지, 장사가 안 돼서 안타깝다고 말해야 하는지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기 힘들었다. 힘들지 않은 사람들이 없고, 여전히 사람들을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팬데믹 상황이니 어느 한쪽의 편에서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고 바닥에 얼음이 얼어붙은 곳이 유난히 많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지나치는데 새카맣게 재로 변한 건물이 눈앞에 들어왔다. 소방차가 뿌린 물이 재와 함께 땅에 얼어붙은 것이었다. 방금 화재를 진압한 듯 잿더미로 변한 식당 건물이었다. 이 정도의 큰 불이면 뉴스에도 났을 텐데... 새해 시작부터... 이 어려운 때에... 당사자들에게 어떤 말이 필요할까 싶어 마음이 안 좋았다.
 
부천 중동 화재로 전소된 상가
부천 중동화재로 전소된 상가장순심
 
복잡한 마음으로 거리를 찬찬히 보니 가게들 중 많은 곳이 폐점을 했고 새로 시작하려는지 공사를 시작하는 곳이 많았다. 팬데믹이지만 세상의 끝은 아니니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하는구나 싶었다.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지의 마음으로, 새로 시작하는 사업을 잘 일구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을 보냈다.

스산한 풍경을 보니 기분이 조금 우울했다. 공원 주변에 이르니 조금 푸근해진 날씨 때문인지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원 바깥 길을 따라 나란히 돌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적지 않은 인파였다. 전혀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고 사람은 반가웠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단단히 준비하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마스크를 매만졌다.

오늘 하루, 만 보 가깝게 걸었고 이만 보는 걸은 것처럼 발걸음은 무거웠다. 언제 다시 운동으로 만 보를 걷고 마음까지 상쾌할 수 있을까 싶다. 이제는 코로나 이전의 세상이 어땠는지 가물가물하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어떨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코로나가 사라지더라도 지금 이 시기의 상처와 이야기들은 아마도 오래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팬데믹 #주말 #상가폐업 #월세 #홈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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